질문이 와닿지 않으신가요? 그러면 더욱 간단한 질문으로 바꿔보도록 할게요.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요? 아닌가요?
선진국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저는 선진국을 경제규모가 어떠한지, 1인당 GDP가 어떤지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선진국의 기준을 변화를 주도하는 나라인지, 변화를 수용하는 나라인지에 따라서 나눠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국제관계에서의 영향력과도 연관이 있기도 하고요. 변화를 주도하는 나라는 국제적으로도 영향력이 강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나라는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약하죠.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뛰어난 손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료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반도체, 자동차 등 못 만들어내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에서 매우 인정받는 위치에 있죠.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의 뛰어난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기 원하고, 디즈니든, 일본이든 그림을 그리고 채색하는 분야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많이 맡기고 있기도 하죠. 노래 부르는 기술, 춤을 추는 기술도 세계적으로 톱클래스에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 밖에 모습은 사정이 다릅니다.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의료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의료 장비 등 공학적인 인프라는 뒤떨어져 있는 편입니다. 아이돌이 세계에서 매우 큰 인기를 얻고는 있으나, 국제무대에서 하나의 음악 큰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위치에 있지는 못합니다. 외국 사람들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이미 있는 노래풍을 변형시킨 노래들이 대부분이죠.
무엇보다 문과적인 의식 수준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한참 모자란 상황입니다.
저는 정책을 만들든, 제도를 만들든 가장 우선시해야 할 핵심적인 가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기술력을 우리 국민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국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못하는 영역을 보충하려고 하지 않고, 잘하는 영역을 극대화하여 활용하자는 의미이죠. 이를 위해 정책이나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기술력에 대해서 책상에 앉아서 수치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으로써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근접하여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그나마 오랜 기간 동안 인기를 얻으며 존재하였던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은 없어진 지 오래이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정책 및 제도와 현장은 멀어져 가고만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책 및 제도를 만드는 자가 먼저 하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게 아닙니다. 책상에 앉아서 외국 사례를 조사하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한다고 하면서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정책 연구소의 연구원이나 학계에서 교수의 의견을 듣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은 정책의 근거를 충실히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정책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나, 학계의 교수들은 현장을 접하면서 현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아닌, 외국에서 학위를 따와서 외국의 제도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은 외국 사례를 열심히 조사하고, 전문가도 열심히 만나는 등 정말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수성을 중시하지 않고, 외국에서 이미 검증되어 있는 것을 수용하기에만 열을 올리죠. 만약에, 국제 마케팅에 있어서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현지화 노력이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수한 상황에 맞게 외국의 제도를 변형시키려고 하기보다, 우리나라의 모습을 외국의 모습에끼워맞추려고 합니다.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하면서 하는 태도가 우리가 주체가 되어서 변화를 해 나가는 게 아니라, 선진화된 외국의 모습에 한국을 끼어 맞추려고 하는 것... 주객전도와 어불성설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가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엘리트들의 인생을 보면,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농공상의 신분적인 계층의 모습이 여전히 유효하게 남아있고, '부'를 이루는 데는 여러 측면으로 이를 이룰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려 있으나, 사회적 인식과 '지위'를 상승시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길이 좁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좁은 틀에 잘 끼워 맞춰야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기에, 개성을 잃어버린 거대한 조직의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죠. 그렇기에 조직에서 잘 나가는 사람도 조직 밖으로 나오면 볼 품 없는 사람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엘리트 본인들도 인생을 끼워 맞추며 살아왔으니, 조직을 대하거나, 나라를 대하는 것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저성장이 뚜렷해져 가면서 더욱 좁아져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세계에서 변화를 주도하며 국제적인 영향력이 높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들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말로만, 변화하겠다, 혁신하겠다고 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고 수준에 있는 우리나라의 기술들이 전 세계에 뻗어나갈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열린 귀와 열린 마음을 가지고 현장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청취하려는 태도가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이루기 위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교육과정에서부터, 사회의 인식, 사회 구조 등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다이내믹 코리아, 스펙터클 코리아라고 하며 야성이 가득했던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한국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