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은행은 우리나라에 대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났으며, 중진국 함정 해결의 필독서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났다는 근거로, 단순히 1인당 국민소득과 경제형태의 변화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성과는 놀라운 것이었지만, 중진국 함정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단순히 이렇게만 한다면 표면적인 분석에 그칠 수 있습니다. 중진국 함정을 극복했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 지표의 변화가 아니라, 국가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혁신, 그리고 글로벌 규칙을 만드는 지위로의 도약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과연 이러한 차원에서 중진국 함정을 넘어선 것일까요? 또는 이 함정에 갇혀 스스로의 발전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번에 나온 모습과 같이 우리나라가 스스로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못하고, 세계은행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평가한 것을 바탕으로 홍보하거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이 우리나라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중진국 함정은 단순히 경제 성장의 둔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한 국가가 일정 수준의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정체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러한 함정에 빠진 국가들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규칙을 따르는 수동적 위치에 머무르게 되며, 독자적인 혁신이나 규칙 제정을 통해 국제 질서에 기여하지 못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중진국 함정을 넘어선다는 것은 국가가 더 이상 글로벌 경제 질서의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규칙을 제정하고 이를 주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이 과연 진정으로 중진국 함정을 넘어섰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은 더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경제 성장에서 일정 부분 성공을 이루었으나,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이나 자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역량에서는 아직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단순히 경제적 지표의 개선이 아닌, 국제 질서에서 규칙을 수용하는 위치에서 규칙을 제정하고, 이를 글로벌 수준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이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반면, 한국은 여전히 여러 측면에서 수동적 위치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규범을 제정하는데 있어서는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는 한국의 사회적, 정치적 구조에서도 나타납니다. 국내적으로는 강한 집단주의 문화와 상명하복식의 조직문화가 여전히 혁신을 저해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정치적 역량 부족으로 인해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규칙 제정이나 외교적 리더십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이는 한국이 규칙을 제정하는 위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한국이 진정한 의미에서 중진국 함정을 넘어선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제약을 극복하고 혁신을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은 단순히 경제적인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첫째, 한국은 강한 집단주의 문화를 재고하고, 개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는 교육 시스템의 혁신, 기업 문화의 개선,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하는 토양을 마련합니다.
둘째, 한국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정치적 리더십을 강화해야 합니다. 경제 규모에 비해 국제 외교나 글로벌 거버넌스에서의 한국의 역할은 아직 미흡합니다. 한국은 국제 규범을 제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 정책의 전략적 접근과 더불어 국제 사회에서의 적극적인 참여와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셋째, 한국은 기존의 경제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기술 혁신은 물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적, 사회적 고려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한국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성장 이상의 도전이 필요합니다. 중진국 함정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국가의 체질 자체가 혁신되고, 글로벌 무대에서의 역할이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 제정자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혁신, 정치적 리더십 강화, 그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은 경제적 성취만으로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규칙을 제정하고, 국제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로 도약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중진국 함정을 넘어서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입니다. 앞으로의 도전과 과제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한국은 더 큰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