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드라이어

by 성휘

헤어 드라이어가 고장났다. 그 친구와 함께 산 드라이어다. 우리 집에, 그 친구 집에 같은 드라이어가 하나씩 있었다.


반년도 채 안된 것 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전원 스위치가 먹통이 됐다. 코드를 뺐다 다시 꽂아봐도, 스위치를 빠르게 올렸다 내렸다 해봐도, 심지어 땅바닥에 떨어뜨려봐도 달라지지 않았다. 겉은 지나치게 멀쩡해 조금만 어떻게 코드를 잘 꽂으면 전처럼 뜨거운 바람을 확 하고, 훼엥 하고 시끄럽게 뿜어댈 것 같아서 한참을 고장난 드라이어와 씨름했다.


갖은 수를 써봤지만 결국엔 무위로 돌아갔다. 드라이어는 전화선을 끊어버린 수화기에 귀를 대고 있는 것처럼 적막했다. 죽어버린 것 같았다.


네 것도 죽어버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