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루시아 Jul 10. 2022

나를 들썩이게 하는 것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어려서부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하고잽이’ 병은 이제 소강상태를 맞았다. 언제나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였다. 어렸을 때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서 내 욕구에 제동을 거는 것은 또 다른 하고 싶은 것이 생기는 것 외에는 없었다. 오히려 어른이 되고서 시간에 쫓겨서 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아졌다. 하나둘 제쳐두고 보니 문제는 지금. 그 넘치던 의욕이 이제 ‘거의 없음’ 상태가 되었다.


최근 수영 배우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상희님 이야길 듣고 나니 문득 정체기인 내가 걱정이다. 나는 뭐 배우고 싶은 게 없나, 내 주위에 뭐 재미난 게 없을까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비슷한 일과를 보내며 따분하다 말하는 내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줄 만한 무언가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많다. 그렇게 내가 그동안 배워보고 싶다 운을 떼 왔던 몇 가지는 자전거, 꽃, 손뜨개, 미싱, 커피, 라탄, 칼림바, 필라테스……. 아니 몇 가지라고 하기엔 너무 많구나. 아무튼 이것들 중 손뜨개와 미싱은 아이를 낳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시도해 보았다. 물론 루푸스 때문인지 두 가지 모두 손을 많이 쓰고 나면 퉁퉁 붓기가 자주라 아쉬움만 남긴 채 내려놓긴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들 손을 쓰지 않고 하기는 힘든 것들이다. 그래도 머리나 마음보다 몸을 쓰는 쪽이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다시 루푸스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조금 움직여 봐도 될 거라 다독이며 다시 마음을 들썩인다.


언젠가 자전거, 필라테스는 꼭 배워보고 싶다. 자전거를 타면서 넘어지는 법도 배우고 내 인생에서도 넘어지지 않으려면 체력적으로 단단해져야 함을 함께 익히면 좋겠다. 나한테는 수영이나 요가가 잘 맞다는데 기왕 할 것, 흐트러진 자세나 체형까지 다잡고 싶으니 필라테스도 욕심이 난다. 한때 스쿼시에 미쳐 집, 학교, 스쿼시장만 오가던 때가 문득 떠올라 무언가 맘에 꼭 드는 운동이 있으면 또 한 번 그럴 날이 오겠구나 상상하며 웃어본다.

그런데 과연 나의 하고잽이 병에 시동이 걸리지 않은 지금은 무엇이 문제일까.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다시 의욕이 넘치는 내가 될 수 있을까? 여전히 의문스럽지만 뭐든 시작해 봐야 알 일이다.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열의로 가득 찬 내 모습이 훨씬 빛나 보일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나열해 둔 몇몇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것일 테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취미 부자가 되는 날까지 달려볼 생각이다.


둥글둥글한 아이의 칼림바를 쥐어본다.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그 음색을 훑으며 나의 시간도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정성도 함께 살아나길 소원하며, 조금 틀리더라도 무엇에서든 즐거움을 느끼는 내가 되면 좋겠다. 아직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으니까 조금씩 천천히 즐기면서.

작가의 이전글 새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