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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Jul 14. 2022

우리가 사랑하는 공간


얼마 전 거실에 새 테이블을 들였다. 좁은 공간에 6인용 테이블이 웬 말인가 싶었지만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쓸 만한 공간이 되었다. 커다란 테이블은 나 보다 남편의 로망 같은 것이었다. 술 보다 커피가 좋은 남편은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자기 일 보는 걸 즐기는데 보통 가족과 함께 그 시간을 즐기다 보니 아이의 컨디션이나 내 컨디션에 맞추어 본인의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떠야 하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드디어 계속해서 노래하던(아, 물론 집에서는 카페 분위기가 절대 안 나지만) 우리 모두가 한데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을 갖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발품, 손품을 팔고 찜해 두었던 테이블 목록이 모두 그동안 고민한 흔적들이다.

많은 고민 끝에 우리 손에 오게 된 것은 좁은 집을 조금이나마 커버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새하얀 테이블이다. 이전에는 각자의 책상에서, 좀 더 나아가 창가의 테이블에서, 급기야 4인용 식탁을 거실로 끌고 오며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지만 배치만 여러 번 바뀌었을 뿐 마음에 쏙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딱 되었단 느낌이다. 오래 노래하던 따뜻한 느낌이 나는 원목 테이블이 아닌 점은 아쉽지만 뽀얀 테이블 색이 내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하늘색 벽지까지 환하게 만들어줘서 오히려 다행이다.


언젠가 <거실 공부의 마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그 내용보다는 내 머릿속에 북카페 이미지를 심어준 책으로 기억한다. 가족 모두의 생활공간인 거실에 공용 테이블을 두면 좋겠다, 거실이 가족 모두가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데는 그때도 지금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거실 공부가 부모가 아이를 지켜봐 주고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도 있는 환경을 만들어 아이의 의욕을 높인다고 했었데 그게 참말인 지는 계속 지켜봐야 알 일이다. 그래도 한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건 큰 장점인 것 같다.


우리 집에서 퇴근이 가장 늦은 나의 귀가 즈음, 남편은 골방 같던 자기 방에서 나와 책을 읽거나 동영상을 보고 있다. 아이는 아빠 맞은편에 앉아 엄마 오기 전 학습지를 끝내고 그날의 학교 숙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그 자리에 모여 따로 또 함께 시간을 즐긴다. 확실히 각자의 방에서 등을 보이며 공부하던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서로 일거리를 손에 쥐고 있지만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하루 정리가 된 달까.

물론 방해받고 싶지 않은 시간도 있을 것이다. 그때야 다시 각자의 공간으로 들어가면 될 일이고, 어쨌든 새로운 자리가 생겨 지금 우리 가족 모두가 한 공간에서 함께 꿈꾸고 함께 시간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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