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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Aug 03. 2022

여전히 아픈 손가락

나에게는 그게 영어


어젯밤 왼손 두 번째 손가락 마디가 자꾸 아렸다. 눈에 띄는 상처도 없었는데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그 밤에 한참 손가락을 훑어보다가 1mm도 안 되는 나무 가시가 박힌 것을 겨우 발견했다. 그 길이가 너무 짧아서 남편이 손가락을 잡고도 어딘지 찾지 못하다가 겨우 빼주었는데 오늘 아침까지도 그 흔적이 남았다. 얼마 되지 않은 길이의 그것을 빼내느라 옆의 피부에도 상처가 난 때문이다. 그 작은 가시를 빼고도 며칠은 그 주변까지 상처가 남아 맘이 쓰였다. 그러다 나도 모르는 사이 손에 난 상처도 아물었다,


나에게 영어는 그런 가시 같은 존재다. 나를 채우는 일부지만 만족스럽지 못해 늘 거슬리는 부분이 닮았다. 누군가에게 영어는 아주 신나고 재미있는 것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 영어는 아주 힘든 숙제 같다. 교과 공부를 할 때도, 토익 학원에 다닐 적에도, 그 외 영어 번역 수업을 했을 때에도 그 시간이 너무 지난했다. 수능을 친 후에는 급기야 내가 굳이 영어를 배워야 할 이유 같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시작하면 늘 비슷한 수준에서, 방법을 달리하지도 않았기에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랬으니 더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사실 나에게는 애초부터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게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굳이 내가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알 수 없는 위기감에 학원을 드나들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라치면 이내 그 관심과 의지가 다른 곳으로 쏠리고 만 것을 보면. 관심사 뒷전에 있다 보니 영어는 언제나 억지로 해야 하는 딱딱한 교과 수업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배운 영어와 내 사이는 당연히 좋을 리 없다.


나이가 들고 자연스레 시야가 넓어지면서 비로소 언어는 내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막상 다시 잡기 어렵지만 영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따끔거린다.


내 아이는 나와 좀 다르길 바랐다. 어려서부터 영어를 접하긴 했지만 시큰둥한 반응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잠시 쉬면서 기다리길 여러 번. 적어도 영어를 즐길 수 있고 스스로 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욕심이 많은 아이라 원할 때 다시 시작한 영어는 꽤 즐거운 일이 되었는지 다행히 웃을 때가 더 많다. 아이의 뒷모습에 안도하면서 엄마인 나도 늘 말 뿐이었던 계획을 새롭게 세운다. 시작하는 8월에는 아이 곁에서 함께 공부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나의 관심 영역에 영어도 끼워보기로 말이다. 영어가 더 이상 아픈 손가락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게 내밀 수 있는 한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파릇한 꿈 하날 또 키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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