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네 네 형제

2021.11.17.

by 임루시아
BIN0002.tiff.png 글 백석 그림 손윤회/ 꿈소담이



<집게네 네 형제>라는 제목만 들었을 때는 그저 네 형제가 복닥거리며 우애 있게 지내는 한 가정의 이야기일거라고만 생각했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덤덤하게 행복이 무엇일까, 자기 본연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었다. <집게네 네 형제>의 작가는 백석 시인인데 종전과는 다른 느낌의 동화시로 만나니 더 반가웠다.


집게네 네 형제는 어느 바닷가의 물웅덩이에 산다. 이 네 형제 중 셋은 집게로 태어난 것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겉모습을 부러워한다. 그래서 맏형은 강달소라 껍질을 쓰고 강달소라처럼 살고, 둘째 동생은 배꼽조개 껍질을 쓰고 배꼽조개처럼 지낸다. 셋째 동생 역시 우렁이 껍질을 쓰고 우렁이 꼴로 우렁이 짓을 한다. 오로지 막내만 집게로 태어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로 산다. 나는 그 모습을 시로 옮긴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막냇동생은/아무것도 아니 쓰고/ 아무 꼴도 아니 하고/ 아무 짓도 아니 하고/집게로 태어난 것/부끄러워 아니했네.❞

그런데 정말 아무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다른 형제들이 갖가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고 한 번도 부러워해본 적이 없을까. 결국 시 속의 세 형제는 여러 이유로 죽고, 자기 모습을 지키고 살던 막내만 살아남는다. 이런 전개를 통해서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요즘처럼 볼 것도 들을 것도 많은 세상에서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살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참 모습에 대해서 잘 모르며, 어쩌다 나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것을 받아들이기보다 거부하는 일이 많다. 결국 내가 믿고 싶은 대로 꾸미고 사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나’를 잘 아는 데서 시작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다음은 어찌 되었든 지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거든 타인을 부러워하고 닮으려고만 애쓸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재주와 능력으로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 몫의 삶을 충분히, 그리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반성해 보았다. 나 역시 부끄러운 일, 숨기고 싶은 일 앞에 당당하지 못했다. 남들 눈을 의식하느라 눈치 보기 바쁜 삶을 살았다. 그래도 요즘 나는, 여전히 많은 숙제거리가 있지만 전보다는 내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글을 쓰고, 매일 나의 삶을 기록하는 글쓰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다. 글을 쓰다 보니 묘하게 꽁꽁 감춰두고만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내야만, 그러니까 온전히 나를 드러낸 글을 써야 다음 글자를 이어 쓸 수 있었다. 그렇게 드러낸 ‘나’야말로 공감을 받았고 쓰는 나 역시도 편한 글이라고 느꼈다.

오늘 읽었던 <집게네 네 형제>의 메시지도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도 자존감과 자기애를 바탕으로 살아간다면 백석 시인이 말하는 막냇동생보다 조금 더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깡통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