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는 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지만…

by 임루시아



요 몇 년 사이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죄송하다는 말이다. 대부분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쓰는 말인데,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는 해서 오히려 죄송한 말이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는 하니까 다행스러운 말 같다.


죄송하지 않아도 죄송하다는 말을 버릇처럼 물고 산다. 물론 내 나름의 마음 표현이지만 빈번해서도, 박해서도 안 될 말이다.

언제부턴가 내가 한 행동은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사실 죄송할 일과 죄송하지 않을 일의 경계를 긋기란 힘든 일이다. 그런데 나는 어느 날부터 “아유, 그렇지요~ 더 챙겨봐야 했는데 죄송해요~”라는 말을 자주 웅얼거리는 중이다.



언젠가 약속 시간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찾아온 아이의 엄마가 있었다. 그 때문에 일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졌고, 상대가 기다리는 시간은 예상보다 더 길어졌다. 일을 마무리하고 바쁘게 돌아서는 그 엄마의 등에 대고 나는, 또 습관처럼 “죄송합니다, 어머니. 안녕히 가세요.”라고 했다. 원장님은 선생님이 왜 죄송해요! 하셨지만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거다.

무례한 건 오히려 상대였지만 나는 그 사람의 다른 불편을 헤아리고 있었다.



나는 그렇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황에서도 상대가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는 순간 화난 마음이 사그라지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 돌보기보다 남의 마음 헤아리기에 바쁘다. 그래서 쉽게 스트레스가 쌓이는 걸까. 아니다, 내가 먼저 숙이고 말 걸 하는 후회가 남는 스트레스보다 속 편한 스트레스가 낫다. 그래서 속병이 나는 때도 많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로 쏟아붓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니까 아마 다음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때 당장 마음이 더 편한 말을 먼저 꺼낼 것이다. 죄송하다고 말 한다고 해서 나의 죄 아닌 죄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까.


이래저래 말이라는 것은 사람을 울고 웃고 화나고 속상하게 하는 요상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말 습관을 조금 가다듬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가 듬뿍 든 말은 어떨까. 무작정 꼬리 내리는 말 말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온기가 담뿍 든 말. 그런 말을 하며 살고 싶다. 말 주변이 없어서 늘 머릿속에 담은 말의 절반도 안 되는 말로 버벅거리기 일쑤지만 말에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온기를 가진 말로 죄송하다는 말을 덮어버릴 용기 있는 말을 더 자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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