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루시아 Feb 20. 2022

죄송하다는 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지만…



요 몇 년 사이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죄송하다는 말이다. 대부분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쓰는 말인데,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는 해서 오히려 죄송한 말이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는 하니까 다행스러운 말 같다.


죄송하지 않아도 죄송하다는 말을 버릇처럼 물고 산다. 물론 내 나름의 마음 표현이지만 빈번해서도, 박해서도 안 될 말이다.

언제부턴가 내가 한 행동은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사실 죄송할 일과 죄송하지 않을 일의 경계를 긋기란 힘든 일이다. 그런데 나는 어느 날부터 “아유, 그렇지요~ 더 챙겨봐야 했는데 죄송해요~”라는 말을 자주 웅얼거리는 중이다.



언젠가 약속 시간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찾아온 아이의 엄마가 있었다. 그 때문에 일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졌고, 상대가 기다리는 시간은 예상보다 더 길어졌다. 일을 마무리하고 바쁘게 돌아서는 그 엄마의  등에 대고 나는, 또 습관처럼 “죄송합니다, 어머니. 안녕히 가세요.”라고 했다. 원장님은 선생님이 왜 죄송해요! 하셨지만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거다.

무례한  오히려 상대였지만 나는  사람의 다른 불편을 헤아리고 있었다.



나는 그렇다. 화가 머리끝까지  상황에서도 상대가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는 순간 화난 마음이 사그라지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음 돌보기보다 남의 마음 헤아리기에 바쁘다. 그래서 쉽게 스트레스가 쌓이는 걸까. 아니다, 내가 먼저 숙이고   하는 후회가 남는 스트레스보다  편한 스트레스가 낫다. 그래서 속병이 나는 때도 많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로 쏟아붓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니까 아마 다음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때 당장 마음이  편한 말을 먼저 꺼낼 것이다. 죄송하다고  다고 해서 나의  아닌 죄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까.


이래저래 말이라는 것은 사람을 울고 웃고 화나고 속상하게 하는 요상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습관을 조금 가다듬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가 듬뿍  말은 어떨까. 무작정 꼬리 내리는  말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온기가 담뿍  . 그런 말을 하며 살고 싶다.  주변이 없어서  머릿속에 담은 말의 절반도  되는 말로 버벅거리기 일쑤지만 말에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온기를 가진 말로 죄송하다는 말을 덮어버릴 용기 있는 말을  자주 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아직 준비운동 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