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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Feb 03. 2022

나는 아직 준비운동 중입니다

새벽, 나의 시간 찾기는 그 시작


오늘 아침은 설날에 어머님께서 집 앞에 두고 가신 나물과 고기로 비빔밥을 해 먹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씹기 좋게 재료를 자르고 밥과 함께 잘 비비는 것으로 끝이었다. 그런데 이토록 간단해 보이는 한 끼도 사실 비빔밥 이전의 재료를 마련하기까지의 수고와 준비 없이는 힘든 것이다. 이 간단하고도 당연한 사실을 밥상 앞에 앉은 남편과 아이는 아직도 모르며, 알고 있다는 나조차도 모든 일의 준비 앞에서 서툴기만 하다.



2 1일부터 모닝 챌린지를 시작했다. 매번  시간이 없다 투덜대기만 했을  변화를 위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일단 움직여 보기로 했다. 새벽 5 즈음의 공기를 좋아한다면서  시간에 깨는 너무 힘들었던 나는, 이제 3  새벽 기상 중이다.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고, 너무 일찍 깨서 깜빡 졸다 겨우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도 하고, 어제까지는 낮잠이  그렇게 쏟아지던지……. 아무것도 거저 주어지는 것이 없음을 다시금 느낀다. 새벽 기상을 위해 전날 아이의 채비를 빠르게 마치고 일찍 잠들어야 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매일 늦게 자던 아이를 달래 함께 누웠더니 생각보다 적응이 빠르다. 그동안 엄마 욕심에 늦게 잠들었던 아이는 이틀 만에 자기 취침 시간을 찾고 나보다  빨리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얻은 새벽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나로 다듬어지는 시간인 셈이다. 5분 남짓 환기를 시키며 그 시간의 공기를 마시고, 조용한 거실에 앉아 좋은 음악과 함께 하는 독서 시간은 꽤 마음에 든다. 햇살 가득한 오전에 책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출근 시각에 쫓기며 시계를 훔쳐보는 시간과 내가 만든 시간에 은근하게 달여지는 것은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든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목표를 정하라고들 하는데 나의 시곗바늘은 아직 흔들리는 중이다. 그래도 꾸준히 오늘을 열심히 걷다 보면 ‘꾸준히’가 마중물이 되어 품고만 있는 목표들을 입 밖에 낼 날이, 덤벼들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운동을 할 때, 그리고 어떤 일의 시작에 앞서 준비는 꼭 필요하다. 아직 나는 그  준비 운동 몇 가지를 남겨둔 상태니 그것이 끝나면 앞으로는 두 팔다리를 쫘악 펴고 저 앞으로 솟구쳐 헤엄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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