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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Jan 27. 2022

소담한 하루를 살아요

65살의 나의 직업이라니?


*목글모 멤버들과 한 달에 한 번 공통주제로 글을 써요. 이번 주제는 ‘65살의 나의 직업’이었는데 아직 까마득한 미래의 일이네요. 그래도 그때쯤엔 이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싶어요.




오랜만에 화창하다.  그렇듯 좋아하는 커피  잔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행복이다. 코끝에 살랑 바람이 스친다. 오늘도  다를  없는 하루지만 괜스레 설레는  어린 친구들을 집에서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로 딱 65살이 된 나는 27년 전의 나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 그때엔 시간에 쫓겨 다녔지만 이제는 시간 앞에 좀 더 여유로워진 것도 변화라고 해야겠다. 그렇다면 늘 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외던 나의 바람은 이루어진 셈이다. 늘 쓰고 읽는 사람이고 싶었던 나는 정말 그렇게 나이 들었다. 젊었을 때 물욕은 잠깐, 엄청나게 큰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인 사람도  아니었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방해가 없는, 그걸로 충분한 돈과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졌으니 말이다. 내 나이 65살이면 아직 청춘이니 아마 앞으로 주어진 시간도 지금처럼 살아가겠지.


나는 큰 변화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기에 평소에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참 좋다. 소란스럽지 않게 나를 가꾸는 시간인 것이다. 10년 전에 이사 온 이곳이 내 맘에 쏙 드는 곳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도심에서 10분 남짓 떨어져 있지만 경적소리보단 파르르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곳에 터를 잡았다. 마당 넓은 집에서 때때로 산책을 즐기고,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누리는 오후의 달콤함은 어느 것에도 견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남편의 배려 덕분에 워킹맘을 졸업한지는 오래, 정말 읽고 쓰는 낙으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자연히 나이 들면서 전보다 담백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고 그득하게 쌓인 읽을 책 덕분에 늘 배가 부르다.


아! 나는 얼마 전부터 다시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아이들 몇몇을 모았다.  오늘이 바로 그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이다. 내가 쓰는 글도 좋지만 아이들의 글밭에서 뛰놀다 보면 덩달아 밝아지고 젊어지니 내게도 기쁨이다. 늘 바라는 건, 일상 속에 때 묻은 마음이 글로 조금씩 닦이는 것이다. 글 쓰는 동안의 여유로운 마음이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글은 언제나 솔직하니까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며, 누구에게나 공평할 거라고. 아이들 뿐일까, 나에게도, 다른 어른이들에게도 설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오늘이 왔다.

65살, 나는 내 마음밭을 가꾸며 아이들 글밭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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