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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May 12. 2022

인연은 우연을 가장해 만들어 가는 것

다시 이어가고 싶은 인연


그런 날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는구나,  해도  빠지는 . 발버둥 쳐봤자 내가 별로인 것만  절실히 깨닫게 되는 . 그게 가장 심했던 때는 20 초반이었다. 자격지심을 넘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내가 우물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지을  없던 . 그때에 만난  친구는 오아시스 같았다. 초등학교 동창인 그와는 대학 진학을  후로 겨우 날짜를 잡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횟수만 만날  있었는데, 그래도 왠지  친구를 만나고  날부터 한동안은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지지해 주는 느낌이 좋았고 친구와 대화를 하다 보면 시들었던  이름  자가 올곧게 서는  같았다.



우연히 카카오톡 프로필이 바뀐 사람들 중에서 오래 연락 못하고 지낸 그 친구를 발견했다. 작정하고 연락을 끊은 것도 아닌데 서로 살기 바빠 카카오톡 바뀌는 프로필에서만 얼굴을 보니 오랜 친구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지긴 한다. 몇 년 전 지나는 차 안에서 멀찍이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어? 얘가 여기 웬일이지? 했는데 그때 연락을 해 봤더라면 아마 지금 같은 글은 적고 있지 않겠지.


우리가 처음 만났을 적부터 친구는 키가 크고 나는 작아서 누군가 우릴 보면 너무 다른 둘이 붙어 다닌다고 했겠으나 함께하는 내내 즐거웠다. 내 기억 속 친구는 늘 부러운, 글쟁이였다. 친구의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비유와 따스함이 좋았고 그것은 내가 가진 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우리가 중학교 시절 버스에 앉거나 등굣길을 걸으며 나누었던 대화와 그때의 기억이 노래 가사처럼 아련하게 떠오른다.

내가 느끼는 친구는 언제나 당당하고 도전적이었다. 나는 극도로 몸을 사리고 위험은 되도록 피해 가려는 안전지상주의라면 친구는 꿈을 위해서는 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았다. 친구는 더 크고 넓은 곳에서 자유로웠고 나는 낯선 곳보다 익숙한 자리가 좋았다. 생각만 하고 있으니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다시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그 시간에 노크해 보고 싶다.



인연은 우연을 가장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랜만에 바뀐 친구의 프로필 사진을 핑계로 다시 문을 두드려 봐야겠다. 사진 속에서처럼 여전히 긴 머리를 한 그 친구와 얼굴을 맞대고 수다를 떨다 보면 주춤했던 우리 오랜 인연의 끈도 다시 이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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