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머무는 곳이란 예쁜 이름을 가진 월정리.
그곳에는 달이 머물다 가는 에메랄드빛 바다, 월정리 해변이 있다.
고래 떼가 종종 나타나는 이 고즈넉한 바다를 누구나 제주 최고의 바다라 꼽았다.
그런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그마한 카페가 있었다. 카페 안에는 커다란 한지 고래 등과 특별한 인테리어가 없이 바다를 담은 야외 창 하나가 전부였지만 그 소박한 마음이 와 닿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카페였다.
월정리는 달 아래 많은 예술인들이 모여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사람들은 죽은 밍크 고래가 월정리 바다에 떠내려왔다 했다.
죽어버린 고래처럼 오랜만에 찾은 바다도 시름하고 있었다.
유명 관광지가 된 월정리의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예전의 상인들과 예술인들은 그곳을 떠났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편의시설들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처럼 엉거주춤 늘어서있었다.
여전히 바닷빛은 너무도 푸르렇지만 너무도 많은 관광객들과 차들로 월정리는 늘 분주했다.
바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에 바다는 눈물을 파도처럼 쏟아낼 뿐이었다.
다시 찾은 카페는 유명 카페로 바뀌었고 전리품처럼 야외 창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쓸쓸히 그곳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먹물을 쏟은 것 같은 까만 밤하늘에 별인지 한치 배 불빛인지 알 수 없는 빛들이 가득하고 웃는 눈을 가진 예쁜 초승달이 까만 월정리 바다 위를 찬찬히 머문다.
핑크색도 검은색도 아닌 보라색 고래가 그곳을 유유히 헤엄치고 아니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무중력 소년의 <월정리 블루스> 노래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붉은 고래 헤엄치는(히엄치는) 여름 가을의 달 파도(달너울) 세찬 겨울 모래바람 노래(모살 바람 노래)
지켜보는(뵈려 보는) 봄
조용히 바다를 만나러 가는 민물 줄기처럼
그저 머무를 뿐이라네(뿐이라오) 그저 머물 뿐
멈춰버린 시계 파도에 던져버리고(데껴버리고)
요동치는 나침반 건져 올린(건졍올린) 바닷가
자그마한(호끌락한) 의자를 벗삼아(벗삼앙) 우린 노래하네(노래하오)
청춘을 사랑을 달달한(달코롬한) 인생을
안았다(안았소) 저 달이 바달 끌어 안았다(끌엉 안았소)
부끄럽다(부끄럽소) 바다는 볼에 달을 띄운다(띄우오)
짖굿다(짖굿소) 바람이 바달 흔들어 놀린다(궁글어 놀리오)
쑥쓰럽다(쑥쓰럽소) 바다는 넘실넘실 춤춘다(춤추오)
사랑 이전에 뭐였더라 몰라(무시건지도 모르오)
추운 널(이녘) 안아줄 따뜻한(또똣한) 인간이 될거야(되려오)
달빛의 전설바다(전설바당) 일렁이며 그자리(몽새기)
못잊어 오고가도 아무도 말이 없다(못잊엉 오고가봐도 아멩도 말이 엇오)
달아 달아 바다 위에 멈춘(바당드레 든) 달아
바다 바다 달이 머무는 바다
달아 달아 바다 위에 멈춘 달아
바다 바다 달이 머무는 바다
달이 머무는 바다
<무중력 소년의 ‘월정리 블루스’가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