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폭 - 빠질 수 있는 프랑스 영화를 찾는다면

영화 카페 벨에포크 리뷰

by 루씨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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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페 벨에포크(La Belle Époque)

감독: 니콜라스 베도스

장르: 코미디, 드라마

길이: 115분


추천 평점: ★★★★★

네이버 평점: ★★★★


영화『카페 벨에포크』는 왕년에 유명한 만화가였던 주인공 빅토르가 그의 아내 마리안느를 처음 만난 1974년 카페 벨에포크로 맞춤형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리는 프랑스 영화이다. 맞춤형 시간 여행?... 남동생이 영화표를 사러 간 사이에 핑꾸핑꾸한 포스터에 사랑을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이라는 줄거리 설명을 얼핏 읽은 나는 몸서치를 치며 동생을 말리러 갔지만 이미 표를 산 뒤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어바웃 타임같이 심장 어택하는 시간 여행이 아니길 기도하며(어바웃 타임은 정말 잘 만든, 볼 만한 작품이지만 난 그렇게 심장을 마음대로 쥐어짜는 것 같은 감성적인 영화는 보기 힘들어 하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다) 상영관 좌석에 앉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왠 걸?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우선 시간 여행은 정말 과거로 돌아가는 환타지적인 시간 여행이 아니라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과거의 그 장소를 재현하고 배우를 고용해 과거의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맞춤형 100% 핸드메이드 시간 여행, 생각해보면 좀 신박한 사업 아이템인 것 같다. 영화 속 사람들은 톨스토이와 한 잔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거나 세계 2차 대전 국제 회의에서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상상을 이 서비스를 통해 현실로 만든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빅토르는 마리안느를 처음 만났던 그 날의 카페 벨에포크를 선택한다. 그 전날 밤 그가 지긋지긋하다고 소리치는 그녀에게 못이겨 집에서 쫓겨난 신세였던 빅토르는 좋았던 시절에 아내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빅토르가 잘 재현된 카페 벨에포크 세트장에서 만난 건 마리안느가 아니라 마리안느를 연기하는 마르고였다. 처음에 두 사람은 대본 대로 대화를 이어가지만 이내 과거의 마리안느, 과거의 빅토르가 아니라 현재의 마르고, 현재의 빅토르로 만나게 된다. 이후에 영화는 빅토르, 그의 아내 마리안느, 마리안느 역을 맡은 마르고, 마르고의 연인이자 시간 여행 사업을 하는 앙투안의 얽히고 설킨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개인적으로는 낯선 언어를 하는 인물의 감정에 이 정도로 공감하고 이 정도로 이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면서도 빅토르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슬퍼했다.


나에게 카페 벨에포크가 무슨 의미였나 생각해보면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걸까,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건 어떤 걸까 하는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꺼놓았던 휴대폰을 켜자 징징하고 울리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알람을 보면서 난 문득 스마트폰이 없던 대학교 시절, 첫 남자친구와 문자를 아껴가면서 보내던 때를 떠올렸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그 때 소소한 행복이 그립고, 그 때 내가 그리웠다. 노트의 첫 장을 막 펼친 듯 가능성으로 가득했던 나날들. 그 때로 돌아간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십 년 동안 내 노트를 한 장 한 장 채워나가면서 페이지를 북북 찢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순간도 셀 수도 없이 많았던 것 같다.


빅토르도 그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를 문제들로 가득 찬 것만 같은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인생에는 리플레이가 없고, 돌아간 카페 벨에포크도 시트지가 벗겨지는 세트장일 뿐이지만 영화를 보는 두 시간만큼은 폭 - 빠져서 진짜 한 것 같다.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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