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록 읽을 수 있는 공상 과학 소설을 찾는다면

원서 A Long Way to Small, Angry Planet 리뷰

by 루씨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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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A Long Way to a Small, Angry Planet

저자: 베키 체임버스

길이: 404쪽


추천 평점: ★★★★☆

영어 난이도: ★★★☆☆


『작고 성난 행성으로 가는 긴 길(A Long Way to Small, Angry Planet)』은 우주 터널 건축사인 애쉬비와 그의 선원들이 타고 있는 우주선인 웨이페어호가 작고 성난 행성으로 그려지는 헤드라 카에 터널을 뚫으러 가는 여정을 담은 공상 과학 소설이다. 난 사실 공상 과학에 취미가 없다. 전국민이 봤다는 인터스텔라도 반쯤 보다 잠든 사람이 바로 나다. 우주 얘기만 나오면 시간은 어떻게 가고 공간은 어떻게 존재하는지 배경을 설명하는 와중에 김이 다 빠져서 줄거리는 기억도 안 나기가 일쑤였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첫 번째 공상 과학 소설인 것같다. 그래서 공상 과학 소설 팬들에겐 이 책 읽으세요! 하고 추천하진 못 하겠다. 나랑 취향이 분명 다를테고, 어쩌면 배경 설정도 허술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오히려 과학적인 설명보다는 등장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하는데에 집중했다는 점이 좋았다. 인간, 안드라스크, 가럼, 시나이트, 엘루온 등 이 소설에는 다양한 행성에서 온 다양한 종족이 등장 인물로 등장한다. 생김새도, 역사도, 가치관도 다른 여러 인물들이 한 우주선, 한 우주에서 공존하는 이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익숙하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고향인 화성을 떠나 페어웨이호에 합류하는 화성인 로즈마리, '부화 가족'에서 태어나 나이가 든 장년층이 아이들을 맡아서 키우는 '집 가족'에서 성장하고 행성 밖 우주로 나가 비로소 자신의 '깃털 가족'을 찾는 안드라스크 종족 시식스, 종족 내에 끊임없는 전쟁 끝에 행성은 멸망하고 종족도 멸종 위기에 처한 가럼 종족 닥터 셰프...


매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내 눈길을 끌었던 건 유전자 변경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용을 조금 설명하자면 유전자 변형이 완전히 금지된 지구 출신의 컴퓨터 엔지지어 젠크스는 유전자 변형이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는 아가논에서 도망쳐 나와 장사를 하고 있는 그의 오랜 친구 페퍼를 찾아간다. 흥미로운 건 그 이유가 젠크스의 연인인 인공 지능 시스템 러비를 위한 바디 키트를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부탁(인공지능 시스템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바디 키트에 업로드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을 하기 위해서 라는 설정이다. 페퍼는 알아봐주기는 하겠지만 이 결정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잘 생각해보라고 조언하는데, 분명 상징성이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요약을 해놓고 보니 굉장히 단순해보이는데 책을 읽을 때에는 작가의 상상력과 그 디테일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좋은 소설이라면 항상 감탄하게 되는 포인트인 것 같다. 각 등장 인물에 대한 디테일을 어떻게 다 기억하고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건지.(엑셀 스프레드 시트에 특징별로 써놓기라도 하는 걸까.) 마치 상상력으로 잘 짜여진 여러 가지 버전의 인류의 미래를 한 시공간에 펼쳐 놓고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지금 이런 결정을 내린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까? 우리가 지금 저런 결정을 내린다면 저런 결과가 나올까?를 생각하면서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뚝딱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고 한다면 웨이페어호에서 일어나는 일과 선원들의 에피소드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전체 줄거리에 가장 큰 뼈대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공동 우주 연합과 토레미 카의 연맹에 대한 이야기의 근간이 좀 약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토레미 카는 조화와 일치를 중시하여 의견이 맞지 않으면 동족도 죽이는 잔인한 종족으로 그려지는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그들의 논리 자체가 좀 모순되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웨이페어호 선원들과 그들이 헤드라 카로 가는 길에 겪게 되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이 소설의 매력 포인트이다.


전쟁이나 종족 간 갈등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밝고 무겁지 않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진지하지 않고 호로록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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