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This Is How It Always Is(원래 그런거야)
저자: 로리 프랭클
길이: 336쪽
추천 평점: ★★★★☆
영어 난이도: ★★★★☆
문체가 간결해서 독해가 어렵진 않지만 시험 영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다양한 형용사를 만나볼 수 있다.
한동안 '나쁜 페미니스트', '82년생 김지영' 같은 페미니즘 도서가 인기를 끌었다면 요즘엔 LGBT가 대세인 모양이다.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소설들이 눈에 띄고, 최근에는 이웃 나라인 대만에서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물론 우리나라의 성 소수자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런 도서와 컨텐츠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온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점을 넓혀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LGBT 소재를 다루고 있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가족 성장기, 『원래 그런거야(This Is How Always Is)』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야기는 로지와 펜 사이에서 막내 클라우드가 태어나면서 시작된다. 로지는 레지던트 닥터 시절 작가 지망생이었던 펜을 만났다.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잠잘 시간도 없었던 로지에게 반한 펜은 매일 같이 병원 의자에 앉아 글을 쓰며 로지를 기다리고 결국은 연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하던 로지의 마음을 돌렸다. 그렇게 가까워져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벤, 루, 리겔, 오리온의 네 아들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그 날, 어린 시절 죽은 언니 포피를 생각하며 딸을 간절히 바라던 로지는 아들 클라우드를 출산한다. 클라우드는 형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고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연극 대본을 직접 쓸 만큼 누구보다 영리하고 쾌활한 아이로 성장한다. 여느 아이들처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커서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며 유치원에 원피스를 예쁘게 차려입고 가고 싶어한다.
문제는 '원래 그런' 것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원래 여자 아이들은 치마를 입고 머리를 기른다. 원래 아빠는 돈을 벌어오고 엄마는 집에서 살림을 한다. 그래서 클라우드는 유치원에 갈 때마다 입었던 원피스 잠옷을 벗고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로지는 오지랖 넓은 옆집 아줌마에게 일도 안하는 남편이랑 다섯 아들을 어떻게 키우냐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클라우드네는 사랑으로 가득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원래 그건' 것들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간다. 서로 의지하며 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클라우드네 가족에게 흠뻑 정이 들어 함께 고민하고, 분노하고, 기뻐하게 된다. 과연 누가 원피스를 예쁘게 차려 입고 유치원에 가고 싶다는 세 살짜리 꼬마 아이를 성 역할, 성 정체성, 동성애, 트렌스젠더 같은 용어들로 정의해버릴 수가 있을까.
이야기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들 하나하나 사랑스러운 소설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인물은 로지였다. 여자로서, 가장으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다섯 아이의 엄마로서 경험하는 걱정, 고민, 생각, 감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로지의 이야기는 비단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이를 둔 엄마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로지가 펜과 아이들 양육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부모의 역할에 대한 고찰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과 두려움이 잘 표현되어 있어 자녀를 키우는 많은 성인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낯설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으로 선입견을 걷어 내고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초가을, 가슴이 따뜻해지는 LQBT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