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에는 정도가 없다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리뷰

by 루씨아 리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두번째 지구는 없다>는 JTBC 비정상회담으로 방송에 얼굴을 알린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두번째 저서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다룬다.


영어 공부 광고에서만 타일러를 봤던 사람이라면 갑자기 왠 지구? 할 수도 있겠지만 기후위기 해결은 타일러의 오랜 꿈이었다. 2016년부터는 WWF(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온 그가 콩기름 잉크와 재생지로 인쇄한 책을 출판했다니 이런게 바로 언문일치가 아닐까. 사실 환경 문제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던,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하지 않던 간에 우리 모두의 생활에 맞닿아 있는 주제이다. 그런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표현하고 책으로 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타일러는 참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환경오염 및 기후위기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을 간결한 문체로 꾹꾹 눌러 적은 문장과 타일러가 직접 무심한듯 그린 일러스트레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도 이 점이었다. 기본적으로 타일러의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와 공감이 쉬웠기 때문이다.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최소한의 통계만 소개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숫자만 나오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나에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주제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임에는 정도가 없다'는 메시지였다. 우리는 미세먼지 때문에 피크닉을 취소해야 할 때는 공장이 빽빽하게 들어선 중국을, 기후위기로 계절과는 상관없이 날씨가 변덕을 부릴 때는 기후변화는 음모론일 뿐이라고 비아냥대는 트럼프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중국에 비하면, 미국에 비하면 - 우리나라는 양반이라고 생각하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크기도 인구도 작고, 개인은 대기업에 비해 영향력이 작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책임에는 정도가 없다. 미국 사람이건, 한국 사람이건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부이고, 기업과 개인 또한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기업들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을 할 뿐이고 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 즉 개인이다.


며칠 전 나는 TED Talks에서 '애플,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Apple's promise to be carbon neutral by 2030'이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시청했다. 내용인 즉슨 자원 및 에너지 소모률이 높은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이 재활용 자원 사용과 생산 라인 구조를 재고하여 제목처럼 2030까지 탄소 중립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 또한 소비자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짐에 따라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런 점을 악용해서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서슴치 않는 기업들도 있고 애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그린워시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참고 링크:

https://www.ted.com/talks/lisa_jackson_and_liz_ogbu_apple_s_promise_to_be_carbon_neutral_by_2030

하지만 이런 변화는 분명 반가워할 만한 것이다. 어떤 기업이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을 하고 어떤 기업이 환경을 위하는 척 소비자를 기만하는지는 소비자가 공부하고, 판단할 문제이다.


사실 <두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기 전 나의 큰 고민은 지칠 줄 모르고 끓어오르는 분노였다. 지난 몇 년 간 나는 환경보호를 위해 채식을 실천하고 새로운 물건은 최대한 구매하지 않는 등 나름대로 갖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채식을 하는 건 쉽지 않았고 남들한테 죄 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적으로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 때마다 난 화가 났다. 그리고 화가 나는 내가 싫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해야 한다!'라고 시원하게 말해주는 저자 타일러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머리와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이다.


우리는 누구나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누구나 글을 출판하고, 방송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의 말에 귀를 귀울이는지, 나는 어떤 말을 하는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일러 라쉬, 그가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영향력으로 이런 목소리를 내줬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싶다. 지금은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우리는 또 한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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