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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아 리 May 02. 2021

내가 설계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리뷰

제목: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하버드 인생학 강의)

저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길이: 204쪽

요약: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경영학적 접근법을 제시하는 책 

*영어 원서

추천 평점: ★★★★☆

영어 난이도: ★★★☆☆

문장 구조가 다소 복잡한 부분도 가끔 눈에 띄지만, 대체로 쉽고 활용도가 높은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원서 읽기를 하면서 표현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최근  커리어 전환을 해야 하나 다시 한번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그래서 지난  개월간 요즘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 루틴도 해보고유튜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동기 부여 강연도 매일 같이 시청하고감사 일기도 열심히 써봤지만 속이 시원한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자기계발서도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중에도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하버드 인생학 특강) 현재 시점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방향성 설정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인생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경영학적인 접근법을 통해 어떻게 측정하고 설계할  있는지를 설명한다지금껏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았던 나는  책을 읽으며 사실  이렇게까지 피곤하게 살아야 하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결국은  지난 날과 결정들을 돌이켜 보며  진작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고 무릎을 쳤다.


개인적으로는 위생 요인과 동기 요인에 대한 설명이 가장 인상깊었다. 경제적 인센티브는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한계가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 저자는 위생 요인은 지위, 보상, 근무 조건 등의 요소, 동기 조건은 일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는 느낌 등 일 자체의 본질적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위생 요인의 개선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에 효과적이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효과가 거의 제로에 수렴할뿐더러 절대 본질적인 동기는 되지 못한다. 반면 동기 요인은 사람마다 그 색깔과 모양이 달라서 나를(경영자라면 내 직원들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동기 요인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내가 커리어 전환을 생각했던 근본적인 이유가 단순하게 정리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서 임상병리학을 전공했던 나는 대형 병원에 취직을 해서 별 탈없이 사회 생활을 시작했었다. 문제는 일을 어느 정도 배우고 익숙해질 때쯤 매일매일이 지옥 같아졌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원래 다 그런 거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원래 사는 게 이런 거라면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우울한 나날을 보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에는 병원에서 나와서 지금은 프리랜서 영어 통번역사로 활동한지 3년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살 수만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내 단순한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


임상병리사로 병원에 취직했을 때 내 실수는 나의 동기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우선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 또는 직업은 위생 요인이 좋은 커리어를 뜻한다. 위생 요인은 일정 수준 보장이 되어야 하지만 동기 요인이 없는 위생 요인은 출근하면 퇴근할 시간만 기다리는 비참한 일주일의 레시피일 뿐이다. 그때 나에게 필요했던 건 내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 모양을 파악하고 어떤 일을 할 때 내 성격과 역량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땐 그걸 몰랐다. 그래서 나는 충분한 고민을 해보지 않고 프리랜서 통번역사가 되는 두 번째 실수를 저질렀다. 이번에 가장 큰 실수는 위생 요인에 대해 현실적으로 분석해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우선 나는 번역을 하고 싶어서(동기 요인)가 아니라, 프리랜서가 하고 싶어서(위생 요인) 이 직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프리랜서 번역사는 연봉이 어느 정도 되는 지, 심지어는 내가 연봉을 얼마나 받길 희망하는 지조차 따져보지 않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이렇게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했던 결정이니 지금 이렇게 위기를 맞은 건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0대 때 다양한 경험(실수)을 하면서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배운 것도 많지만, 꼭 차에 치여봐야 신호등 건널 때 양옆을 봐야 되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듯 모든 걸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신중하게 내가 설계하는 삶을 살고 싶다. 쓰다 보니 서평이 아니라 반성문이 되어 버렸는데, 그만큼 이 책은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내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양서였던 같다. 나처럼 동기 부여 동영상에 중독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면 LinkedIn에서 저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한 강연 영상이라도 꼭 시청하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5DwYcNr0N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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