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아빠는 사진을 잘 찍었다.
그리도 짜디짠 사람이 형편에 안 어울리게 좋은 수동 카메라를 쓰셨다. 우리 아빠는 그런 사람이라는 걸 어릴 적부터 알았던 나는 뻥치지 말라고 했다.
“메이드 인 재팬이다 임마”
딱 한번 도둑이 든 적이 있었는데 유리로 된 대문을 통째로 박살내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임시방편으로 며칠간 누우런 테이프를 대충 붙여두고 지냈던 게 기억난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빠는 때마침 먼지를 닦아내느라 마루에 곱게 분해해 놓은 카메라부터 온전한지 확인했다.
“그 새끼 초보였나 보네” 하였다.
같이 웃었다.
아직도 인터넷 지도엔 등고선으로 보이는 비루한 동네였지만 옥상이 있었고, 난간이 낮아 키 작은 우리 형제에게도 위험했지만 바다가 보여서 좋았다. 그리고 동생은 어린 내 눈에도 너무 예뻤다.
내 한 몸 건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잦은 요즈음, 나는 문득 옥상에서 한참이나 렌즈를 바라보았을 30대의 아빠가 궁금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