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부풀어 오르는 풍선과 풍선 헬리콥터
마술과 과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과학이 더 넓은 범주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마술은 과학의 일부인지도 모르겠다. 과학의 원리를 이용하는 마술. 하지만 인식은 다르다. 마술은 재미있고, 과학은 어렵다는 것. 물론 이것 역시 나만의 편견일 수는 있지만. 하지만 엄마의 편견은 아이에게 이어질 수도 있으니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의지로 마술 같은 과학실험을 공동육아 함께 놀이로 준비했다.
내가 놀이 선생님인 주간. 어린이 과학 실험, 유아 실험, 유치원 과학.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을 했다. 괜찮다 생각되면 준비가 복잡하고, 재미있을까 확신이 안 서는 것도 있고, 너무 잠깐 놀이를 하고 끝이 나는 것도 있고. 준비가 쉬우면서, 재미있으면서, 후속 활동 등으로 40분 이상은 함께 놀 수 있는 것. 나의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킨 것은 '저절로 부풀어 오르는 풍선'과 '풍선 헬리콥터'였다.
'풍선'을 놀이 주제로 하고, '풍선' 동화책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나눴다. 내가 선택한 동화책은 '백냥짜리 공기자루'였다. 과학 동화책으로 책 말미에 탐구 원리에 대한 내용이 덧붙여져 있으나 애써 설명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수준에 맞게 받아들이면 된다는 생각. 자연스러운 것이 애쓰는 것보다 더 좋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해석하는 것이 더 좋다는 믿음에서다. 엄마가 욕심을 낸다고 해서 아이들이 다 그 욕심을 따라와 주는 것도 아니고, 욕심이 개입되는 순간 놀이는 재미가 없어지더라는 경험도 한몫했다.
자, 이제 마술쇼 시작! 빈 페트병에 식초를 붓고, 풍선에는 종이 깔때기를 이용해 베이킹 소다를 부어준다. 페트병 입구에 풍선을 씌워주면 마술은 시작된다. 풍선 속의 베이킹 소다가 페트병 안의 식초로 떨어지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 풍선이 저절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풍선이 점점 커지자 터질까 봐 뒤로 한걸음 물러서기도 하고, 두 눈을 깜빡깜빡하며 긴장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신기함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치며 선생님의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계획한 놀이 취지가 충분히 반영된 즐거운 과학시간. 다만, 식초와 베이킹 소다의 양 조절이 중요했다. 부글부글 끓다가 넘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그다음 이어진 놀이는 풍선 헬리콥터. 이 놀이는 헬리콥터 재료의 별도 구입이 필요했다. 한 세트에 1천 원 남짓이니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었다. 풍선의 바람이 빠지며 헬리콥터의 날개가 돌아가는 원리. 풍선을 불어 헬리콥터 날개를 끼운 뒤 놓으면 빠져나오는 바람을 이용해 헬리콥터는 하늘을 날다 떨어진다. 삑~ 소리를 내며 뱅그르르 하늘을 도는 헬리콥터. 정말 단순한 놀이이지만 엄마도 아이도 어쩜 그리 즐거운지. 불고 또 부느라 엄마들은 아찔 현기증이 나기도 했지만 까르르 터지는 아이들의 웃음에 현기증 따위는 가벼이 물리치며 반복해서 풍선을 불었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노는 것은 어렵지 않다. 풍선 하나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았다. 원래 시간이 남으면 풍선 배구도 할 생각이었지만 계속 반복되는 풍선 헬리콥터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을 함께 놀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진짜 재미있어 기억에 남는 놀이는 장난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작은 비용으로도, 주변의 물건을 이용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부담 없는 놀이법들이 더 많이 공유되면 좋겠다. 모두의 육아가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