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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분담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일곱 가족, 물놀이를 가다

by 여유수집가

여름이면 꼭 해야 하는 놀이, 물놀이. 너무 신나 할 아이들의 모습은 생생하게 그려졌지만 엄마들끼리는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빠들이 필요했다. 아빠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니 점점 기대는 부풀어져 1박 2일 바다 물놀이까지 이야기는 확대됐다. 하지만 14명 어른 모두의 시간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것도 하루가 아닌 이틀은. 하늘로 오르던 기대는 다시 현실로 내려와 최종 목적지는 우이동 계곡으로 정해졌다.


더 근사한 곳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단지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함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었다. 1박 2일 강화도에서 당일 우이동 계곡,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산장까지 장소가 결정되는 것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체 카톡방에서 어디가 좋을지 장소 후보들을 각자 검색해서 올리고, 누구라고 정하지도 않았는데 한 명이 알아서 1번 후보지, 2번 후보지의 목록을 정리하며 의견 개진과 정리가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동육아 모임을 하며 역할분담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주씩 돌아가는 놀이 선생님 순서는 이해를 하겠는데 지금과 같이 여행을 가거나 견학을 가는 것처럼 특정 선생님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누구는 회계, 누구는 일정담당, 누구는 사진담당 등의 역할이 있기는 하지만 그 역할에 한정해서 활동을 하지도 않고, 꼭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 무렵 시간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금 더 나설 뿐이다. 이번에도 방학에 들어간 대학교의 교직원 엄마가 여유가 된다며 장소 예약을 책임졌다. 사실 여유 있는 워킹맘은 그리 많지 않다. 단지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 일과 육아를 함께하며 공동육아 모임이 가지는 놀라운 치유의 힘을 이미 경험했기에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조율해가며 물 흐르듯 모임이 운영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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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현실로 내려왔어도 오랜만에 아빠들과 또 한 가족도 빠지지 않고 함께 하는 나들이다 보니 기대는 저 하늘에 있었다. 생각보다 우이동 계곡 물은 얕았고, 산장 안에 마련된 어린이 풀장도 그다지 좋은 여건이 아니었지만 그건 어른들의 기준이고 판단일 뿐이었다. 아이들은 함께 물놀이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입술이 파래지도록 물속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젊은 아빠들이 나서서 아이들과 놀아준 덕분에 엄마들과 일부 아빠들은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나누며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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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까지 아빠들과 나들이를 가더라도 아이 챙기느라 또 체험에 참여하느라 따로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빠 3~4명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챙겨준 덕분에 어른들끼리 어른들의 대화가 가능했다. 나쁘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 사람이다 보니 학연을 확인하고, 지연을 확인하며 공통점을 찾고 거기서 시작해 대화의 폭은 점점 더 좁아지고 깊어졌다. 특히나 우리 부부는 술 한 잔 제대로 하겠노라 차를 놓고 택시를 타고 간 덕분에 아이 못지않게 엄마와 아빠도 더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아이들은 함께 놀며 추억을 쌓고, 또 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 노는 과정에서 삼촌이란 이름은 익숙해지고, 아빠들은 아빠들끼리 돈독함을 쌓고, 엄마들은 그 모든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장롱 속에 넣어둔 수영복을 꺼내고, 튜브를 챙기고, 서로 나눠먹을 간식도 챙기고. 바리바리 짐 챙기라 또 돌아가서는 짐 정리하랴 쉽게 할 수 없는 물놀이. 함께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설 수 있었고,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아빠들도 함께 한 오늘 하루, 늘 그렇듯 다시 한번 우리에게 특별한 하루가 선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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