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1일 체험에 초대하다
부럽다. 대단하다.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는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막연하게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이 좋은 일에 용기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동육아 오픈 수업을 기획했다. '함께' 공동육아의 시작이 된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공동육아 1일 체험 초대였다. 첫 시도이기에 3명의 아이와 3명의 엄마만 초대하기로 했다.
어떻게 운영할까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우리의 밑 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로 했다. 초대 손님이 오지 않아도 진행됐을 놀이 주제로, 그날 순번인 엄마 선생님이, 우리가 자주 가는 주민센터에서 모임을 하기로 한 것이다. 방식을 정하고 나니 문제는 날짜. 솔직히 부담이 없을 수는 없기에 다들 내 차례면 어쩌나 고민을 하는 순간, 가장 많은 가족이 참석하는 날에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 구성원들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니까.
자기소개와 함께 시작된 오픈 수업. 미리 준비된 예쁜 명찰이 함께라 새로운 친구들의 이름도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오늘의 함께 놀이는 나만의 책 만들기. 선생님이 읽어주는 재미있는 동화책 이야기를 듣고, 나만의 동화책 만들기를 시작했다. 책으로 바뀔 색지 한 장씩이 아이들의 손에 전해졌고, 책상에는 넉넉한 그림 도구와 엄마들이 미리 준비해온 각종 그림들이 펼쳐졌다. 물론 알록달록한 스티커도 빼놓을 수 없었다.
새로운 아이들의 적응을 걱정했으나, 터닝메카드 그림 하나로 곧바로 친해진 아이도 있고, 낯선 마음에 평소와는 다르게 풀 뚜껑을 여는 것에도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협동 활동이기보다는 개별 활동이기에 동화되는 속도에 차이가 있더라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엄마가 함께이니까. 그래도 '함께' 본연의 가치를 나누기 위해 기존 멤버 엄마들은 새로운 친구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였다. 어떤 스티커를 좋아하는지 살폈다가 전해주고, 그림 내용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부작용이 있기는 했다. 기존 멤버 아이들이 이모들의 관심을 끌려고 자꾸만 "이것 좀 보세요!"를 외치는 것 아닌가.
동물책, 공주책, 공룡책, 터닝메카드책 등. 자신의 개성에 맞게 책들이 한 권씩 완성됐다. 가지각색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혼자서만 알기는 아쉽기에 친구들 앞에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온 친구들도 있고, 혼자 서서 발표를 하는 것은 부끄러울 수 있으니 아이들 모두 쪼르륵 모여 한 명씩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발표라기보다는 대화를 나누는 느낌으로.
가까이서 친구들의 책도 들여다보고 질문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은 어색함을 쉽게 허물었다. 서로 좋아하는 캐릭터 앞에서 내가 더 좋아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나도 좋아한다며 까르르 웃기도 하고. 투명하게 맑은 아이들의 대화가 흐뭇했다. 물론 수줍음이 많아 쭈삣거린 기존 멤버 친구도 있었지만 이럴 때는 엄마가 이야기 나눔을 거들어주면 된다. 천천히 가는 것도 '함께'의 가치이니까.
이제는 엄마들이 주연이 될 시간. 놀이방이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신나게 놀고, 엄마들은 공동육아 노하우를 나누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대단한 놀이를 하는 줄 알았는데, 소소한 놀이도 같이 하니 대단하게 보였다는 이야기도 했다. 친구들 속에서 아이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더불어 사는 가치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만나서 인사 나누고, 놀이하고, 식사까지 4시간 남짓한 시간.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에 아이들은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1일 체험이라서 다시 또 만나자는 약속은 할 수 없었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을 주시라는 인사는 나눌 수 있었다. 사실 그 뒤로 다시 연락이 온 적은 없다. 초대손님들이 우리의 바람처럼 또 다른 공동육아 모임을 꾸렸는지 알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시도가 민들레 홀씨가 되었으면 한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 다른 곳에 자리를 잡고 또 날아가고. 더디지만 널리 널리 퍼져간다면 더불어 함께 하는 육아,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도 천천히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