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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이 만드는 차이

'돌아온 박첨지'를 보다

by 여유수집가

지난 연말,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출연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봤다. 크리스마스 시즌 공연이라 공연 횟수가 많지 않아 애를 써서 준비하지는 않았겠다 짐작은 됐다. 그래도 아이들 대상데 동심을 어느 정도 준비는 되었겠지 싶었고, 한 여름에도 즐겨 들을 정도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좋아하는 아이라 망설임 끝에 예약을 했다. 할인폭이 큰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됐다.


왜 할인폭이 큰지 한 번 더 생각을 했어야 했다. 차라리 내가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싶을 정도로 준비가 안된 공연이었다. 아이 역시 캐릭터에 퐁 빠져 공연을 보는 내내 흥분했지만 공연장을 나오면서 이야기하더라. 악~ 소리를 질렀다고. 아이의 귀에도 노래 실력의 부족함이 들렸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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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면 정말 성의껏 준비한 알찬 공연들의 많다. 부모 역시 캐릭터에 현혹되지 않을 자세를 갖추면 된다. 아직까지 나는 아이 공연을 대하는 부모의 바른 자세를 완벽히 갖추지는 못한 듯 하지만. 공동육아 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엄마 중에 직업이 배우이신 분이 있다. 이 분의 추천으로 '키우피우 인형극 축제' 중 한 편인 '돌아온 박첨지'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꼭두각시놀음을 인형극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라고 했다. 우리 가락에 우리 인형이 나오는 풍자와 해학이 담긴 공연이었다.


아이들에게 공연을 보여주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 제일은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음을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그다음이고. 물론 나 역시 그러하다. 그러한 마음에 딱 부합하는 공연이 '돌아온 박첨지'였다.


늘 보던 예쁜 모습의 인형들이 아니라 우리 전통의 인형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들어맞는 인형들의 호흡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인형의 움직임. 게다가 북, 장구, 꽹과리가 어우러진 신명 나는 음악. 이야기 흐름이 5, 6살 꼬마들에게는 어려웠지만 우리 문화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보여준 또 함께 본 부모의 마음으로 뿌듯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공연이 어떠했냐는 물음에 아이는 상모를 돌리는 흉내를 내며 덩덩덕 꽹꽹꽹 신났다고 이야기했다.


두 편의 공연을 보며 한 편은 부끄러웠고, 한 편은 뿌듯했다. 그 차이는 공연을 준비하는 스텝과 출연진이 보여주는 진정성에 있었다. 자녀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고, 자녀가 좋아하는 관심사는 더 키워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역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꼬마 아이들이라 모를 것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아이들 앞에서라면 더욱더 그러해야 한다.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어른의 마음. 그게 바로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기본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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