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자연놀이
겨울에는 생각한다. 봄이 되면 매주 나들이를 가야겠다고. 봄볕을 느끼며 자연 속에 머무르겠다고. 갑갑한 건물을 벗어나 나무에 둘러싸여있겠다고. 분명 기다리는 봄이 왔는데 여전히 건물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미세먼지때문이다. 아지랑이 같이 어른어른하게 보이는 저들의 정체가 먼지라니. 뿌옇게 깔린 저들의 정체가 안개가 아니라니. 봄이 되었음에도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아이들이 참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노라 생각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인 보석같은 토요일. 드디어 봄을 만끽할 시간이 돌아왔다. '봄 자연놀이'라는 제목으로 한참 전에 함께 놀이 주제를 정해두고 몇 번이고 미뤄진 상황이었다. 숲에서 재료를 모아 그림을 그리고, 모래로 그림을 그리고, 빈 생수병을 이용해 마라카스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신나는 신체놀이가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도화지, 풀, 빈 생수병이 준비됐다.
하지만 아이들 눈앞에 나무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이 펼쳐지는 순간, 준비물은 아무런 필요가 없게 되었다. 엄마들이 말하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은 스스로 나무 막대기를 찾아 모래 그림을 그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날 따라 해봐요 이렇게'를 했다. 그저 자연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준비물이고 장난감이었다.
아이들만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 건물을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는 엄마들도 모두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했다. 정말 오랜만에 아무 고민 없이 아무 목적 없이 아무 잔소리 없이 그저 그냥 즐거웠다. 아이들과 신나게 뛰면서 한 번씩 고개를 들면 눈 한가득 들어오는 초록빛. 땀이 맺힐만하면 스윽 불어오는 바람.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행복하고 싱그러운 순간이었다.
두 시간을 신나게 놀고 공원을 벗어나니 어느새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들도 손을 잡으라며 시키기까지 했다. 아이들도 한 줄, 엄마들도 한 줄. 엄마들이 앞서서, 아이들이 뒤에서. 다정한 마음을 손과 손 사이로 전하며 나란히 걷는 그 기분도 참 따뜻했다. 오늘만큼은 엄마와 아이가 아닌 조금 어린 아이, 조금 더 큰 아이들이 모인 기분이었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모두 함께 즐거웠던 시간.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모습 이대로 놀이터로 자리를 옮긴 아이들은 또다시 2시간을 넘게 함께 놀았다. 오랜만에 밖에 나온만큼 그 동안 쌓인 에너지를 남김없이 풀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처럼 무한 체력이 아닌 엄마들은 다시 어른으로 돌아와 그 옆에 주저앉아 수다로 함께 했다.
제대로 놀게 하는 것만큼 아이의 발달을 위해 좋은 것이 없다고 하는데 오늘은 정말 아이들에게 '진짜 놀이'를 즐기게 한 신나는 날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까르르 웃으며 신나게 달리는 아이들을 보니 미세먼지가 더욱 야속했다. 미세먼지 없는 환경을 아이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육아는 부모나 그 가정만의 문제가 아님을. 사회와 나라의 문제임을. 모두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행복한 환경은 먼 곳에만 존재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