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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티투어버스 여행

by 여유수집가

누군가에게는 일상,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인 서울.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아이들에게 특별한 일상을 선물하고자 '서울시티투어버스'에 올랐다. 특별한 일상을 엄마와 아이만 누릴 수는 없으니 이번 '함께 놀이'에는 아빠들도 초대했다. 타요 애니메이션을 통해 시투를 이미 알고 있던 아이들은 만화 속 친구를 현실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서울시티투어버스에도 여러 가지 노선이 있었다. 광화문에서 탑승해서 하얏트호텔에 내려 남산 유아숲에서 놀다가 다시 광화문으로 오는 노선, DDP에서 탑승해 통인시장에서 내려 시장 구경을 하고 다시 DDP로 오는 노선을 놓고 고민했다. 광화문 노선은 예쁜 트롤리버스, DDP 노선은 2층 버스였다. 만화 속 시투는 2층 버스였기에 우리의 결론은 DDP 노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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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2층 버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너무 즐거워했다. 너무 일찍 찾아온 더위에 에어컨이 나오는 지붕 아래로 들어가자는 엄마의 요청을 가벼이 무시하며 아이들은 땡볕을 견뎠다.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아래로 지나가는 차 이름을 말하며 일상의 공간이 2층 버스 안에서 특별해졌다. 나 역시 2층 버스 안에서 만난 회사 건물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고, 즐겁게 보아졌다. 평소의 출근길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일상의 변주는 그리 어렵지 않음을 생각하게 된다.


통인시장에서 엽전을 이용해 점심을 먹겠다는 우리의 계획은 야심 찼지만 아이스크림, 장난감, 슬러시 등에만 시선이 꽂힌 아이들과 다양한 음식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쟁취한 아이는 엄마의 도움을 거절하고 앞서 걸었다. 북적이는 사람 속에서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릴까, 사람과 부딪혀 피해를 줄까 신경 쓰느라 시장은 즐거움의 장소가 아닌 신경이 곤두서는 장소가 되고 말았다. 통인시장 나들이는 스스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엽전으로 계산을 하고 직접 챙겨 안전하게 들고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어야만 충분히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빠의 고난은 관심 없이 든든하게 배를 채운 아이들은 에너지도 다시 채웠다. 별 것 아닌 이야기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그저 단순한 손가락 잡기 놀이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적당한 소음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가려 조용히 해야 한다며 주의를 줄 필요도 없었다. 아빠들은 그늘에서 꾸벅꾸벅 졸았고, 아이들을 떼어 놓고 그늘로 들어갈 수 없어 뜨겁게 일광욕을 해야 하는 엄마만 피부 노화를 걱정해야 했다. 그래도 뭐 어떠랴. 즐겁게 웃었으니 그 웃음 바이러스가 자외선을 이겼으리라 믿어 본다.


내가 사는 공간에서 별다를 것 없다고 느끼며 보내는 시간에서 조금은 다른 장치, 2층 버스만으로도 더욱 즐거워지고 신선해질 수 있음에 일상에 작은 양념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 조금 나른하고, 조금 따분하다면 2층 버스를 타보는 것은 어떨지. 애써 시간을 내어 부러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이 여행이 되며 조금은 특별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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