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기
공단도시에서 태어나 대형 아파트 단지 안에서 자랐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바로 학교가 있었다. 공원이 많던 시절도 아니었기에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면, 아파트 단지 조경이 눈에 보이는 자연의 전부였다. 그 시절에는 몰랐다. 반듯한 길이 좋았고, 네모난 아파트가 편리했다. 아파트 마당에서 땅따먹기를 하고, 얼음땡 놀이를 할 수 있어 아쉬움도 없었다. 놀이터의 모래놀이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되니 생각이 달라졌다. 자연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을 알게 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 주변에 보이는 것은 아파트뿐. 아쉬웠다. 이제는 놀이터도 고무판으로 채워져 모래놀이는 키즈카페에서나 가능한 일이 됐다. 흙냄새를 맡고 햇살을 만끽하며 자연 속에서 아이가 마음껏 뛰노는 삶을 희망하지만, 1분 1초가 아쉬운 맞벌이 부부에게는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 함께 일 때는 쉬워질 수 있다. 자연과 벗하는 삶 역시 그렇다. 도심의 한가운데 텃밭을 가진 친구네가 있었고, 너그러운 친구는 그 공간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텃밭에 흙을 밟고 서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발을 콩콩 구르며 흙의 푹신함을 느끼고, 층간 소음의 두려움 없이 마음껏 뛰어본다. 마음에 드는 모종을 고르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종을 심고 물을 주는 것이 오늘의 함께 놀이였다.
척척척 돌멩이를 고르고, 푹푹 흙을 파서 모종이 들어갈 공간을 만든다. 모종을 심고 잘 자라라 쑥쑥 자라라 주문을 외우며 꼭꼭 흙을 눌러준다. 쏟아질까 봐 살살 물뿌리개로 물을 준다. 신발이 젖는 것도 모르고 마냥 신나는 아이들. 물 주기에 집중하다 모종을 밟아 눈물을 짓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깨닫고 조심조심 행동하는 아이들 덕분에 엄마들은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자연 속에서 마냥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시간을 만끽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힘이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다.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것, 바로 공동육아에서 가능했다. 내가 공동육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열정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