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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수사대 명탐정 함께

정릉 숲을 탐험하다

by 여유수집가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EBS 유아 프로그램 중 '숲 속 수사대 명탐정 피트'가 있다. 숲 속 수사대 친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순리를 알아가는 방송이다. 엄마도 아이도 좋다면 '공동육아, 함께'에게도 좋은 것. 자연 놀이를 위해 자주 찾는 '정릉 유적지'에서 우리는 숲 속 수사대가 되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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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수사대에게 필요한 것은 돋보기와 명탐정 노트. 오늘 놀이의 핵심은 노트에 있었다. 모임이 있기 며칠 전 미리 '정릉 유적지'에 들른 오늘의 선생님. 곳곳에 숨은 식물들의 사진을 찍고, 식물에 담긴 이야기를 찾고, 숲 속 이동 경로를 살펴 우리만의 보물찾기 지도를 만들었다. 자체 제작이라고 믿기 힘든 '정릉 보물찾기' 노트는 선생님의 시간과 정성, 거기에 아이디어까지 듬뿍 담겨 탄생됐다. 물론 가장 깊게 담긴 것은 아이들에 대한 애정.


한 손에는 돋보기, 찰흙, 종이컵, 티백이 든 탐험 키트라 불린 네모 플라스틱 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명탐정 노트를 들고 미션을 해결하러 떠나는 숲 속 여행. 명탐정 노트를 모두 채우면 신비의 섬으로 떠나는 피트와 친구들과는 달리 우리는 미션을 해결할 때마다 스티커를 받고, 모든 미션을 다 해결하면 달콤한 간식을 먹기로 한다. 자, 이제 "나는 탐험대장입니다."를 외치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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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미션은 "나는 누구일까요?". 사진 속의 빨간색 열매가 있는 나무(산딸나무) 찾기였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식물에 취약한 엄마 역시 같이 미션을 해결해본다. 돋보기를 들고 이리저리 살피며 열매를 찾는 아이들. 먼저 찾은 아이가 "찾았다" 소리를 외치자 나도 보고 있었다며 아쉬워하는 아이. 빨간 열매가 예쁘다고 한참을 살피는 아이. 이름이 뭐냐며 묻는 아이. 다음 미션을 해결하러 가자며 바쁜 아이. 흙놀이에 한 눈 팔다 아차 하며 쫓아오는 아이. 아이들의 각기 다른 모습이 더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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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미션은 '숲 속에 있는 재미난 친구들'. 밤송이와 둥굴레, 질경이를 찾는 미션이었다. 밤송이를 찾아 발로 직접 열어보고, 둥굴레를 찾고는 탐험 키트에서 종이컵과 티백을 꺼내 둥굴레 차를 마셔보고, 질경이를 찾고는 질경이 씨름을 했다. 찾고 살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이 더해지니 아이들은 더 신나 했고, 더 오래 기억하며 놀이 효과는 배가 됐다. 특히 질경이를 십자로 걸어 양쪽에서 당기는 질경이 씨름은 나도 나서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온 힘을 다해 당겨도 아이를 쉽게 이길 수 없을 만큼 질경이가 질기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세 번째 미션은 '누가 누가 많이 찾았나'. 솔방울과 도토리를 찾아 탐험 키트 통에 담기로 했다. 물론 도토리는 다람쥐의 식량이기 때문에 입구에서 반납을 했고, 솔방울로는 가습기 실험을 했다. 돌멩이를 들어보고, 나뭇잎을 들어보며 아이들은 하나라도 더 찾기 위해 열을 올린다. 남자아이들은 모으는 숫자에 더 신경을 쓰고, 여자 아이들은 예쁜 도토리 모양에 더 신경 쓰는 것을 보며 어쩔 수 없는 남녀의 다름에 웃음이 난다. 평소 깔끔쟁이로 손에 뭐 묻히는 것을 싫어하던 딸도 오늘만큼은 흙이 묻든 말든 상관하지 않더라. 이게 바로 자연의 힘이고, 놀이의 힘이겠지.


이제 마지막 미션, '시원한 물 한잔'. 다 같이 약수를 마시는 것으로 탐험은 끝이 났다. 누가누가 맛있게 마시나 내기라도 하는 듯, 캬~ 소리를 내며 어찌나 시원하게 마시는지. 미션을 모두 완수했다는 의기양양 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늘의 탐험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미션 중간중간 나뭇가지를 이용한 림보 게임도 하고, 우리 집에 왜 왔니도 하고, 작은 개울물도 살펴보고. 자연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었고, 무엇이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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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알찼던 시간. 그렇다고 여기서 우리의 놀이가 끝난 것은 아니다. 탐험 중간중간 찾아서 탐험 키트 통에 담아 둔 나뭇잎과 돌멩이 그리고 찰흙이 활약할 시간이 남았다. 자연물을 활용한 찰흙 만들기다. 탐험 놀이에서 보여준 집중력은 만들기까지 이어져 아이들은 다른 어느 미술놀이 때보다 열심히였다. 어쩌면 자신들이 찾은 나뭇잎과 돌멩이의 힘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외부 숲 체험 프로그램이 이보다 재미있을까. 정릉 유적지를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며 즐겼던 시간. 몰입해서 신나게 놀았던 결과는 깊은 낮잠으로 이어져 토요일 늦은 오후, 엄마에게는 휴식이 선물됐다. 제대로 된 놀이는 휴식과 이어져 선순환을 만든다. 어쩌면 주말의 진짜 놀이가 워킹맘에게 더욱 필요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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