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과 스위스 일주일
2016년 11월, 항공권을 구입하면서 2017년 7월이 오긴 올까 생각했었다. 어김없이 시간이 흘러 스위스로 떠나왔고, 순간순간은 완벽했다. 그래서 멈추고 싶던 시간 역시 흘러 결국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고 말았다. 밤 9시20분 비행기를 타고 취리히를 떠나는 일정. 정말 멋지게 여행의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이 완벽했노라 말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욱더 기대했던 것이 마테호른의 일출이었다. 일명 금빛 마테호른. 구름 많은 체르마트에서 천운을 가지고 태어나야만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새벽 5시30분. 떨리는 마음으로 커튼을 걷었다. 분명 어젯밤에도 구름 가득했던 하늘. 고작 7시간 사이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있었을까. 하늘은 내 편이 되어줄까. 저절로 크게 숨이 들이마셔졌다. 오랜 기간 준비했던 내 마음 때문이리라. 일곱살의 순수한 동심이 하늘에 닿았기 때문이리라. 이 여행이 순조로울 수 있도록 묵묵히 가족을 살핀 남편의 든든함 때문이리라.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떡 벌어진 내 입에서 "하느님"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래,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일출 시간은 5시40분. 40분이 가까워 오자 마테호른 꼭대기부터 점점 금빛이 내려앉았다. 꼭 누군가 하늘에서 금가루를 뿌리는 것 같았다. 30여분의 시간. 마테호른은 완전한 금빛으로 물들었다. 기적이었다. 물감으로 칠한다고 해도 그렇게 은은한 금빛을, 벅차게 아름다운 금빛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서서히 내려앉는 금빛의 속도만큼 내 마음에는 감동이 차올랐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감탄사뿐. 자연 앞에서 인간은 미물임을 너무도 아름답게 마테호른은 보여주고 있었다.
스위스 여행의 마지막 아침, 마테호른은 말했다. 이번 여행은 빛나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그 빛나는 추억으로 빛나게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아름다움은 천천히 다가온다고. 순간순간 느린 감동을 놓치지 말라고. 그래, 마테호른이 보여준 기적과도 같은 순간, 숨을 멈추게 하는 감동, 내 마음에 남은 생각들을 잊지 말아야겠다. 영원이 될 수는 없겠지만 순간을 조금 더 지연시키는 단단함과 느긋함을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되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