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달살기를 따라가다

정선으로 1박2일 여행을 떠나다

by 여유수집가
1484461159658_11.jpg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 전, 단체 사진

선생님의 좋은 점, 연수 등의 스케줄을 잘 조정하면 방학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엄마와 아빠가 모두 선생님인 가족이 보드광인 아빠를 따라 겨울방학 동안 정선 한달살기를 떠난다고 했다. 아, 이렇게 부러울 수가. 한 달 동안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또 어떻고.


부러워만 하고 아쉬워만 하고 있을 우리가 아니다. 잽싸게 행동으로 옮겨 한 달에 한참 모자라지만 1박2일이라도 따라가기로 했다. 제법 먼 길이기에 이번에는 아빠들도 함께 가기로. 같은 펜션에 방 2개를 추가로 예약하고, 트렁크 무겁게 장을 보고 출발!


20170114_114619_001.jpg 최강 한파를 기록했던 1월14일

우리의 집결지, 하이원 눈썰매장에 하나 둘 모여든 가족들. 최강 한파가 있던 날이라 몇 겹을 껴입고 꽁꽁 싸맸지만 추위는 계속 우리를 괴롭혔고, 내려갈 때는 좋지만 다시 올라와야 하는 눈썰매를 아이들은 생각만큼 반복해서 타지 않았다. 애초 우리의 계획은 오후 내내 눈썰매를 타고 눈놀이를 하고 하이원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불꽃놀이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추위 앞에 장사 없는 법. 실내에 마련된 40분 남짓의 과학 체험에 만족하고 숙소로 향했다.


정선까지 먼 길을 달려 고작 눈썰매 몇 번과 과학 체험이 다냐고 아빠들은 타박을 했지만 다 같이 함께 하는 여행에 의미가 있는 거니까 엄마들은 개념치 않았다. 어쩌면 이성적인 남자들과 감성적인 여자들의 차이인지도 모르겠고. 아빠들은 아빠들의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엄마들은 아이들과 한 방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매번 볼 때마다 나누는 이야기인데 정선의 공기가 맑아서일까. 여행이 주는 설렘 때문일까. 아이들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유독 재미있게 놀기 때문일까. 어느 때보다 더욱 수다는 재미있었다. 아이들도 그랬다. 특별한 장난감도 없고, 그림을 그리는 도구와 책 몇 권, 계단이 전부인데 엄마들을 귀찮게 하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자신들만의 놀이를 만들고는 까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펜션 여행의 묘미는 바로 바베큐. 알아서 척척 고기를 구워주는 아빠들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엄마들이 돌아가며 펜션 안에서 노는 아이들을 먹이고, 바베큐장에 남은 엄마와 아빠들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술과 함께 더욱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들은 이미 너무 친하지만 아빠들끼리는 아직 조금 어색하니까. 육아에 대한 고민, 회사 생활에 대한 고민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깊은 대화가 오고 갔다.


함께 자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아이들. 장시간 차를 타고 오느라, 추운 날씨에 밖에서 노느라, 펜션에서도 계속 계단을 오르라 내리락하며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해 분명 피곤할 텐데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작은 기침 하나에도 누구 소리냐고 묻고, 뒤척임 한 번에도 따라 뒤척이고. 그러다 한 명이 웃으면 같이 웃고. 어서 잠들었으면 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모른 채 꽤 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정선 레일바이크 등 다음 날 몇 가지 여행 코스를 계획했었지만 최강 한파에 모두 다 불가능. 아침을 먹고 서울로 돌아가기로 했다. 1박2일. 굉장히 짧은 시간이지만 하룻밤의 힘은 강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깊어졌고, 아빠들끼리의 유대도 생겼다. 물론 아빠들 방을 따로 배정해 군대 시절을 연상시키며 코를 고는 사람과 골지 않는 사람 모두 함께 잠을 자게 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기는 했지만.


다 함께 아침을 먹으며 우리는 봄날의 글램핑을 계획했다. 다른 급한 일정으로 인해 빠진 한 가족까지 모두 같이 가는 것으로. 한 달의 공백에 보고 싶어 먼 길 마다않고 정선을 찾고, 즐거울수록 함께 하지 못한 사람이 더 생각나는 것을 보니 이제 정말 우리는 한 가족이다. 그래, 어서 봄이 오면 좋겠다. 야외에서 술 한잔에 엄마, 아빠들의 마음은 더욱 깊어지고, 야외에서의 하룻밤에 아이들의 마음은 더욱 단단하게 하나로 이어질 테니 말이다. 이번 여행처럼.



※ 17년 1월14일~15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근사함을 만드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