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실험(7)

소년의 시간 Adolescence

by 루씨



최근 넷플릭스에서 재미있게 본 '소년의 시간'으로 번역 공부를 시작했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범죄 드라마로, 청소년기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장면이 끊기지 않는 원테이크 촬영 기법과 배우들의 명연기 덕분에 몰입해서 순식간에 정주행했다.



드라마 순서대로 영어 원문과 번역 자막을 뜯어보면서 내가 새롭게 배운 문장들을 중심으로 기록하려고 한다.







우선 대화가 이루어지는 두 인물의 관계부터 살펴보자. 오른쪽 남자가 경위, 왼쪽 여자가 경사로 남자가 더 높은 계급에 해당한다. 관계에서 위아래가 존재하므로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댓말로 말투를 정리하면 좋을듯하다.



아래는 배울만한 포인트가 있는 문장들이다.



남: I don't think apples are good for my stomach acid or something.

남: Well, it's Tracy's idea. Instead of cigs.

남: I'm getting through like six a day.

여: Ew, the full bushel.

남: Know thyself.



남: I don't think apples are good for my stomach acid or something.
내 번역: 사과가 소화에는 별로인 것 같네
실제 자막: 사과 먹으면 속이 더 쓰린 것 같아


stomach acid는 직역하면 위산이다. 나는 아침에 사과를 먹는 이유가 건강에 좋고 소화에 좋아서라고 생각했다. 대사에서 I don't think라고 했으니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므로, 사과가 소화에 별로라는 의미일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과가 소화에는 별로인 것 같네'라고 번역했다.



하지만 실제 자막에서 stomach acid는 '속이 더 쓰리다'라는 뜻으로 번역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남자가 트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위산이 많이 분비되면 역류하기도 하는 현상과 잘 연결된다.



나는 stomach acid를 '소화'로, 실제 자막은 '속 쓰림'으로 번역했지만, 결과적으로 이후의 트림하는 장면을 고려해서 '속 쓰림'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남: Well, it's Tracy's idea. Instead of cigs.
남: I'm getting through like six a day.
내 번역: 트레이시가 담배피지 말고 대신 하루에 6개 먹으래
실제 자막:트레이시 생각이야, 담배 대신 하루에 6개는 먹어


여기서 트레이시는 '아내'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이름은 그대로 살린다. cigs는 '담배'의 줄임말이다. get through는 'to finish something, to use up something'으로 '다 써버리다, 다 해치우다'라는 뜻을 가진다. 이 두 대사는 두 줄로 나뉘어 한 화면에 동시에 나온다. 그럼, 한글 자막도 두 줄로 나누어 의미에 맞게 번역해 줘야 한다.



나는 직역보다는 의미를 살려서 번역했다. 그래서 '트레이시가 나한테 담배 대신 사과를 먹으라고 했고, 그게 6개다'라는 의미를 담아 '트레이시가 담배피지 말고 대신 하루에 6개 먹으래'라고 번역했다.



실제 자막은 '트레이시 생각이야, 담배 대신 하루에 6개는 먹어'라고 번역해서 원문 구조를 좀 더 살렸다. 그리고 두 번째 대사에서 사과를 하루에 6개 먹는 주체는 '나'이므로 '먹으래'가 아닌 '먹어'로 번역해야 한다. 실제 자막을 보니, 이 부분은 내가 좀 오역한 것 같다.






여: Ew, the full bushel.
내 번역: 완전 한 부셀이네요
실제 자막: 한 말은 되겠네요


이 부분을 번역할 때 무게 단위의 경우 현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단위로 바꾸어 번역해야 한다는 점을 놓쳤다.



bushel은 야드파운드법에 의한 무게의 단위로, 곡물과 과실 따위의 무게를 잴 때 쓴다. 1부셸은 영국에서는 약 28.1226kg에 해당한다. 이 대사에 이어서 남 경위는 '부셸이 뭐야?'라고 하는 거 보면 흔히 사용하는 g, kg과 같은 흔한 무게 단위는 아닌 듯싶다.



그런데 사과 6개는 약 2kg 정도 되는데 한 부셸에 해당하는 28kg에 한참 못 미치는 무게인데도 'full bushel'이라고 말한 것 보면, 그만큼 사과를 많이 먹었다는 의미만 전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현재는 잘 쓰지 않지만,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무게 단위를 써주면 될까?



실제 자막은 이를 살려 '말'이라는 단위로 번역했다. 말은 곡식, 액체, 가루 따위의 분량을 되는 데 쓰는 그릇이라고 한다. 한 말은 14~15kg 정도에 해당한다.



별도로 사과임을 고려해서 과일 무게를 재는 데 쓰였던 단위는 없는지 찾아봤다.



1근= 약 600g

과일, 고기, 생선 등을 측정할 때 사용



이를 고려해, 대사에서 언급한 한 부셀은 약 28kg 정도이므로 약 50근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만약 자막에서 '한 50근은 되겠네요'라고 하면 시청자들이 the full bushel이 어떻게 50근이지?라고 반문할 수도 있고, 괜히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정확한 수치보다는 의미만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말'이라고 번역한 걸까? (참고로 한 말은 쌀 기준으로 약 18kg 정도다)






남: Know thyself.
내 번역: 할 건 해야지
실제 자막: '너 자신을 알라'


이 대사가 나온 상황은, 아빠(경위)가 아들이 배가 아프니까 오늘은 학교 안 가면 안 되냐고 부탁하는 음성메시지를 듣는 장면이다. 하지만 아빠는 아들이 학교는 가야 된다는 뜻으로 'Know thyself'라는 말을 덧붙인 상황이다.


나는 이 문장을 '아프더라도 학교는 가야지', '학생이 의무를 다해야지'라고 해석해서 '할 건 해야지'라고 번역했다.


하지만 'Know thyself'는 아폴로 신전에 새겨져 있는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격언으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를 말한다. 여기서 thyself는 고어체로 현대 영어로는 yourself에 해당하는 말이다.


실제 대사로 'Know thyself'를 살린 걸 보아 격언을 인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따라서 의역하기보다는 격언을 그대로 살려 '너 자신을 알라'라고 직역해서 살려주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오늘의 배운 점

1. 대화 속 인물의 관계 살피기 (수직 관계일 경우 반말-존댓말)

2.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번역

3. 무게 단위는 현지화 (상황에 따라 정확성보다는 의미 통하게끔만)

4. 명언, 격언, 인용문은 그대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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