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돌이의 개발이야기

day-91

by Lucie

1

연말이 되면 주변에 그런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2018 트렌드 이런 제목이 적힌 책들. 올해도 어김없이 있었다. IT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런 것에 민감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글쓰기 주제는 이런 것이 올라왔다. 관심을 갖고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분야가 있나요?


2

한때는 소설을 많이 읽어서 옆구리 찌르면 튀어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잘 나가는 작가들의 이름과 최근 작품 내용을 줄줄 뀄다. 많이 읽기 때문에 작품끼리 비교도 할 수 있고 전작과의 비교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 년에 서너권 읽는 것이 전부다. 그렇다고 일하는 분야의 트렌드를 꿰고 있는 걸까, 하면 잘 모르겠다. 청록색 조직에 대한 열망이 있었는데 이게 트렌드가 맞긴 한 걸까. 트렌드라기보다는 선택받은 자만 들어갈 수 있는 천국인 것 같다. (궁금하면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찾아보시길...)


3

남편에게 트렌드를 따라고 있는 분야가 있는지 물었다. 남편은 장난기 어린 얼굴로 자신은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남편은 함수형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한다. 우리 집에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이 있는데 과연 나는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얼마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써보는 문돌이의 개발 트렌드. 문돌이가 썼기 때문에 엄청나게 틀린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음에 주의하세요.


4

아무래도 요즘 상용화된 서비스들은 자바나 자바스크립트로 개발되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독일에서 기차를 탔을 때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책을 펴놓고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책 표지에는 java라고 대문짝만 하게 적혀 있었다. 개발자들끼리는 저 사람 자바 개발자처럼 생겼다, 라는 말을 한다. 나는 자바로 코딩할 줄은 모르지만 '자바 개발자처럼 생긴 것'에 대한 이해도는 가지고 있다. 이외에 루비로 개발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 역시 어떻게 생겨먹은 언어인지 모르지만 핑클의 루비를 연상시키고 보석 이름과도 같아서 기억을 하고 있다.


5

남편은 함수형 언어에 관심을 갖고 있다. clojure라는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 클로져는 함수형 언어의 한 종류인데 이런 함수형 언어의 큰 줄기를 리습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함수형 언어가 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코드가 자바 스크립트처럼 한 줄 한 줄 순서대로 도는 게 아니라 뭔가 한통에 다 돌아가는(???) 그런 언어인 것 같다. 시간순 실행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가지 기능이 한꺼번에 처리된다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 왜 더 좋은지는 모르지만 남편은 자바에서 힘든 것들이 클로저에서 쉽게 된다며 클로저로 개발을 하고 있다.


6

최근에는 하스켈을 공부하고 있는데 스칼라 책을 하스켈로 풀어보고 있는 것 같다. 왜 그걸 굳이 그렇게 까지 해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푸는 것이 재밌다고 하니 남편의 재미있는 일상을 응원할 뿐이다. 클로저로 개발된 서비스는 국내에 딱 한 개가 있다고 몇 년 전에 들었었다. 우리 회사에서도 클로저로 개발하는 사람들은 남편과 남편 주변의 무리들(?) 뿐이다.


7

작년에 리습 세미나에서 남편이 발표를 했었다. 당시 남자 친구인 남편을 보러 갔었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적어서 오붓한 느낌이 났다. 올해는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보니 작년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남편은 거기서 모나드에 대해서 발표를 했다. 모나드는 원래 철학 용어다. 철학적으로도 개념이 복잡한데 프로그래밍의 모나드는 더욱 복잡한 개념인 것 같다. 모나드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모나드를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 라는 말이 있고 한다. 완전히 이해하면 설명할 수 없게 된다니 이 한 문장만 들어도 나는 모나드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 하하


8

C언어가 메인스트림인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 흐름이 자바로 대체되어 버린 것처럼 언젠가 자바도 다른 언어로 대체가 되겠지. 그렇다면 그것은 아마도 함수형 언어가 아닐까, 클로저 만세!

매거진의 이전글299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