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맞이하는 긍정적인 자세

D-18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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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을 만들 때는 물에 멸치를 넣어 먼저 끓인다. 멸치 머리를 떼고 몸을 반으로 갈라 내장을 뺀다. 그렇게 세 마리를 물에 퐁당 넣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세 개의 생명을 넣은 국을 먹는구나. 내가 뭐라고 이렇게 죄의식 없이 다른 생명을 먹어치워도 되는 걸까.


2

먹을 물이 떨어져서 어제 겸사겸사 핸드폰으로 장을 봤다. 낮에 배달이 왔다. 바나나, 돼지고기, 어묵, 우유... 주문한 목록의 물건들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포장되어 왔다. 누군가 나 대신 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차에 싣고 우리 집 현관까지 가져다주는 것이다. 사만 원이상 샀기 때문에 이 모든 서비스는 무료이다. 공짜라기엔 너무 과분한 수고가 아닐까.


3

집에 재봉틀을 두 대 들였을 때 친구가 말했다. 옷을 왕창 만들어서 팔아보는 건 어때? 원단을 만 원어치 사서 이만 원에 판다고 하면, 하루에 다 섯장 만들면 오만원... 계산기를 두들기는 친구에게 내가 말했다. 하나 만드는데 세 시간씩 걸려. 내 인건비 넣으면 그냥 안 만드는 게 이득이야. 친구는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원래 사업할 때 사장 인건비는 고려하지 않는 거야. 아 그렇지, 창업이란 그냥 무임금으로 노동력을 갈아 넣어야 하는 거였지.


4

전에 아는 사람이 회사를 차린 적이 있었다. 직원이 필요해서 구인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봤다. 면접 이래 봐야 커피숍에서 만나서 잠깐 대화를 나누는 정도였다. 그는 자주 바람을 맞았다. 면접 보러 오기로 한 사람이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다. 또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회사에 대한 지식을 1도 갖지 않은 상태였다. 뻔히 회사명과 서비스 이름이 구인공고에 적혀있는데도, 검색 한 번을 안 해보고 온다는 것이었다. 아니 자기가 일할 회사인데 뭐하는 회사 인지도 모르고 면접을 보러 온다고? 그 말을 듣고 너무 황당해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름 없는 회사의 사장이 하는 일이 그런 류의 취급을 당한다는 걸 내가 잠깐 잊고 있었네.


5

이번 주에는 친구를 만나기로 한 약속이 하나, 회식이 한 번, 주말에 소화해야 할 일정 몇 가지가 있다. 양치질을 하면서 해야 할 일을 헤아려 보다가 오늘 낮에 텔레비전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한 남자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밖에 친구가 주차하는 것을 봤다. 남자는 일어나서 친구를 불렀다. 같이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에 친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식당에 들어왔다. 그들은 같이 차를 마셨다. 남자는 친구에게 이 식당의 밥이 맛있다고 너도 와서 먹으라고 권했다. 너랑 네 와이프랑 저녁에 와서 먹을 거면 나도 올게.


6

산다는 게 그런 거 아닐까 싶다. 내가 맺은 관계들이 쌓이고, 그들과 함께 좋은 것을 나누는 거. 가까이 사는 친구들하고 더 자주 왕래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마음먹은 만큼 잘 되지 않고 있다. 매일 보는 동료들하고는 별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안 한다. 최근에는 불만스러운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신나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겠다. 매일 같이 다른 생명을 먹어치워 대면서 그 에너지를 불평하는데 다 쓸 수는 없다. 언제라도 누군가 커피를 한 잔 하자고 하면 흔쾌히 응할 수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마음 한편에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늘 남겨 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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