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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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친구 둘과 같이 라오스에 갔었다. 루앙프라방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보내는 여행이었다. 우리는 루앙프라방에서 오래 머물기 때문에 약간 외곽에 있는 숙소를 택했다. 숙소는 모두 독채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집과 연결된 방갈로, 숙소 정원의 아름다운 사진에 끌렸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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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 전, 예쁜 테이블로 안내된 우리는 웰컴 드링크를 받았다. 그걸 마시면서 숙소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숙박비에는 조식이 포함이었다. 조식은 매일매일 다른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조식을 차려주는 위치도 정할 수 있었다. 방갈로에서 먹을 수도 있고 방에서 먹을 수도 있고 집 밖의 전망이 좋은 강가 옆에서 먹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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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 오믈렛, 누들이 고를 수 있는 메인 메뉴인 것 같았다. 나는 메인으로 누들을 골랐다. 매일 다른 걸 먹어볼 요량이었다. 다음날 누들에 요거트와 과일 등등 예쁜 그릇에 차려진 삼인분의 조식이 나왔다. 방갈로에 차리면 테이블 위에 음식 올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떡 벌어진 한상이었다. 애피타이저를 먹고 이어서 나온 누들을 입에 넣은 내 동공이 열렸다. 와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 술을 안 먹었는데 해장이 되는 맛이었다. 투명하고 짭짤한 국물에 토마토가 동동 띄워진 면 요리였는데 친숙한 맛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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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삼일 내내 조식으로 누들을 선택했다. 국물까지 원샷하는 날 보며 친구들이 깔깔 웃었다. 요리뿐만 아니라 한 숟가락 떠 올리면 머리카락처럼 쭈욱 늘어나는 요거트도 정말 최고였다. 얌전하게 썰어진 과일까지 먹으면 왕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도 맛도 분위기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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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떠날 때 직원들이 팔에 노란 팔찌를 채워주었다. 친구 하나가 동남아에서는 이런 거 채워주고 간혹 돈 받는 경우가 있어서 뭔가 의심쩍다고 했다. 굿바이 선물이라며 무늬가 화려한 실크 스카프도 하나 주었다. 뭐지 이런 것 까지 주고, 정말 돈을 달라고 하려나.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그들은 끝까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심지어 나갈 때 같이 사진 찍자는 직원도 있어서 의아했다. 이 나라 사람들 왜 이렇게 친절한 걸까. 우리는 잠깐 머물고 떠날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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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친절 때문일까, 아니면 조식 누들 때문일까. 언젠가 그 숙소에 또 가서 묵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뜨겁고 요리가 맛있고, 마사지가 싸고, 매일 새벽마다 스님들에게 시주를 하는 행렬이 펼쳐지는 루앙프라방. 꼭 나중에 다시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