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
1
아침에 출근해서 휴가를 냈다. 이번 주 금요일 휴가였다. 이번 주는 삼일절이 있다. 목요일에 쉬게 되니까 금요일에 휴가를 내면 사흘을 내리 쉴 수 있다. 휴가를 내고 나니 이번 주는 삼일뿐이다. 이번 주 내에 끝내야 하는 일들을 삼일로 쪼개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나니 머리가 바쁘다. 이번 주가 무척 짧게 느껴진다.
2
일주일에 할 일을 삼일 만에 끝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무척 열심히 일해서 끝내지 않을까 싶다. 일주일에 삼일 일하고 사일 놀면 정말 삼일을 알차게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월요일에 출근을 해서 휴가를 내니 기분이 참 좋았다. 희망찬 월요일을 보낼 수 있게 되는 비결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3
퇴근을 했는데 내일 점심 책 읽기 모임 단톡 방에 메시지가 와있었다. 내일 발제하는 분이 숙제를 내주었다. 그리고는 내일 점심에 뭘 먹을지 이야기가 한창이다. 결국 떡볶이를 시켜먹기로 하고 대화는 종결되었다. 지난주와 지지난주 점심은 J가 주문했는데 이번 주 점심은 A가 주문한다고 나섰다. 이 모임은 참... 뭐든지 자발적이다. 작년에 오백 쪽짜리 책을 완독 하기 위해서 같이 읽을 사람을 구한다고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만든 모임이다. 점심에 만나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인데 급격하게 친해진 사람들이다.
4
결국은 책 한 권을 더 읽자고 하더니 이번엔 더 두꺼운 책을 골랐다. 그리고는 올해도 매주 얼굴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회의실은 내가 예약하는데, 밥은 또 누군가 시키고, 차를 누군가 사기도 하고, 간혹 스터디 시간 외에도 차를 마시자고 누군가 벙개를 하기도 한다. 뭔가 격하게 잘 돌아가는 모임이라서 무척 신기하다. 이런 사람들의 조합이 만들어지다니. 이 스터디는 신이 빚은 게 틀림없어.
5
오늘은 몇 달만에 얼굴 보는 친구가 회사 앞으로 오기로 한 날이었다. 이런 월요일은 참 바람직한 것 같다. 나는 친구의 퇴사 이야기와 여행한 이야기를 들으며 저녁을 먹었다. 오 년 만에 연애할 마음이 생겼다는 친구 이야기에 반색을 했다. 친구는 서른아홉까지는 결혼 안 해도 괜찮을 것 같다며 서른아홉에는 해야지,라고 했다. 서른아홉은 내 남편이 나와 결혼한 나이다. 퇴사하고 행복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빨리 연애하라고 재촉을 했다. 맘 놓고 꼰대질 할 수 있어서 좋은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