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일기 7편
리모트로 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대답은 오피스로 출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유와 같다. 바로 소통이다. 소통이라는 녀석은 아주 어려운 아이다. 리모트로 일하면 소통이 잘 안 되니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하지만, 사무실에 모두 모여서 일한다고 소통이 잘 될까? 그렇지는 않다. 많은 조직이 더 나은 소통을 하기 위해서 고민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늘 부족한 것이 소통이다.
우리 회사는 어지간한 팀 하나 사이즈 정도다. 상대적으로 소통하기가 용이한 구조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동으로 소통이 잘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이번 주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공지했는데 좋아요가 두 개만 눌렸다. 이런 경우 담당자 입장에서는 모두가 봤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모두가 봤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이번 주 주간 미팅에서 다시 언급을 할 예정이다.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회사 내에 전파해야 하는 내용이 있다면 최소한 7번 반복해서 말해야 전달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 번 보고 다 기억할 수 있다면 모두가 시험에서 만점을 맞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반복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우리 회사는 리모트 근무에 익숙한 구성원들이 많다. 덕분에 리모트 근무에서 필요한 활동들을 잘 정해놓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작은 회사나 작은 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1. 매일 아침 30분 미팅 : 컨디션 체크인 + 할 일 공유
돌아가면서 5점 만점으로 자기 컨디션을 점수로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거의 매일 5점으로 체크인하시는 무적 5점교 교주님을 만나게 되었다! 컨디션 공유가 끝나면 업무 툴인 지라를 켜서 오늘 어떤 일을 할 건지 각자 간단하게 공유한다. 덕분에 나도 지라에 내 할 일을 관리하고 있는데 비록 혼자하는 업무지만 진행 상황을 정리하는데 편리하다. 나는 매일의 팀원들 컨디션 점수를 구닥에 적어두는데 어쩌다 한 번씩 그래프로 그려보기도 한다.
2. 회의용 카드
화상 미팅에서 두 명이 동시에 말하면 오디오가 물려서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의견이 있어도 참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자기 의견을 간단하게 표시할 수 있도록 카드를 몇 장 만들었다. 원래는 산 카드, 옐로 카드, 듣그맞 카드 세 가지만 있었는데, 미팅을 하다 보니 시간이 없어도 꼭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카드가 필요해서 꿈 카드가 추가되었다. 저 멘트는 실제로 미팅에서 팀원이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것..!
3. 티타임 시간을 활용한 지식공유 세미나
일주일에 한 시간은 업무 말고 다른 이야기하면서 수다 떨자고 해서 만들어진 매주 수요일 티타임 시간이 있다. 최근에 팀원이 늘어나면서 서로 아는 것을 공유하는 지식 공유 세미나 시간으로 활용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해서 세미나를 하기 시작했다. 현대철학, 전자 기타, 바이크, 알고리즘 세미나가 있었고 다음번에는 위스키 세미나가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지식도 쌓고 팀원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알아보는 재미도 있다. 다음은 내 차례인데 나는 아마도.. 요즘 열심히 보고 있는 F1에 대해서 공유하지 않을까 싶다.
핵심은 소통하는 데 있다. 대단한 비전 공유 같은 것이 아니어도 된다. 리모트로 일하다 보면 실시간 공유가 잘 안 되다 보니 짧게 만나더라도 잦은 정기 미팅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주변 스타트업 이야기를 들어보면 업무 경력이 짧은 신규 입사자가 있으면 반드시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한다. 우리 회사도 간간히 공유 오피스나 특정 팀원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 일하는 때도 있다. 급기야 다음 주에는 제주도로 일하러 가기도 하니, 리모트 근무를 하더라도 오프라인 만남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듯하다. 적절하게 만나야 하는 때를 가늠하는 능력도 리모트 근무에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