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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e Aug 14. 2022

내가 경계하는 생각들

스타트업 일기 6편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최대한 빨리 퇴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해가 안 가요.' 그도 그럴 것이 누구보다도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는 동료였다. 그의 눈에는 하기 싫어하는 일을 구태여 억지로 하는 사람이 이해가 안 갈 법도 했다. 또 우리가 있는 팀이 인사팀이기 때문에 일을 잘하고, 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심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 나도 인사업무를 시작했을 때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더 좋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기도 했었다. 


요즘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여전히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조금 달라졌다. 어떤 운 좋은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자기 업으로 삼았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일을 더 우선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지 선호는 있을 수 있지만, 나의 선호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잘못된 사람은 아니다. 그런 생각을 자주 상기해 본다. 내가 뭐라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인사 업무라는 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 수 있는 직무다 보니, 어떤 때는 조금 더 정보를 가졌다고 사람을 잘 아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또 업무로 '평가'를 하다 보니 진짜 사람을 평가하고 앉아있는 때가 생기기도 한다. 물론 특정한 기준을 가지고 사람의 우열을 가리거나, 특정 분야에 대해서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를 가르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다. 달리기를 해서 등수를 가리는 것처럼 평가를 할 때는 좀 더 명징한, 혹은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 수 있는지 탐구하고 시도해보기도 했었다. 그렇더라도 그게 특정 기준 한정 우열이지 사람 자체에 대한 우열은 아니다. 그런데도 달리기에서 1등 하면 뭐든지 다 잘할 것 같이 멋있고, 꼴등 하면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나 버리는 것처럼 내 안에서도 그런 인식이 일어나 버린다. 회사의 기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도 모두가 그들 인생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모든 인생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평가 업무를 하면서 평가가 점점 하기 싫어진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완전하지 않은 기준을 가지고 구성원들의 삶에 크고 작은 좌절을 안겨주는 일이 영 내키지 않았다. 정작 나조차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매진하지도 않았고, 더 높은 직책을 갖기 위해서 노력해 본 적도 없었다. 나에게는 그저 내가 나로서 나답게 일할 수 있는가, 그런 것이 더 중요했다. 나야말로 정말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던 셈이다. 한 때는 높은 성과등급을 받기 위해서 매진하고, 더 높은 직책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비호감일 때도 있었다. 그것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성공'으로 일컬어지고, 높은 확률로 금전적 이득으로도 이어진다.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도록 생각의 외줄 타기에서 기우뚱기우뚱 걸어 나가고 있다.


우리 회사는 아직 인원도 적고 인사적으로도 고도화된 기획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나는 가끔 미래를 걱정할 때가 있다. 평가고 승진이고 싫어하는 나지만 언젠가 회사가 좀 더 커지면 필요하지 않을까? 과연 나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제도 기획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당장 이번 연말에 구성원들 사이에 피드백은 어떻게 주고받으면 좋을까? 그런 고민들을 해보게 되는 8월이다. 갑자기 연말 구성원 피드백 주고받는 것을 재밌게 해 보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스멀스멀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회사가 작을 때 하고 싶은 거 실컷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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