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일기 10편
만약에 지금 상황에서 혼자 일했다면 컨퍼런스를 열지 않았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서비스를 내야 하고, 자금 사정도 충분치 않았다. 반대로 많은 곳에서 컨퍼런스를 열 수 있는 기운이 흘러들어 오고 있었다. 일단 대부분의 팀원들이 컨퍼런스를 꼭 열어야 한다고 했다. 대표는 무료 대관을 해주는 마루 180 신청을 오픈런으로 따냈고, 바쁜데도 발표 연사와 토크 패널, 자원봉사자 모집을 한다는 Call for participation을 작성했다. 다만 작성이 늦었다. 컨퍼런스 날짜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섭외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자원을 받는다고?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준비는 내가 할 건데 사전 공유도 없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을 보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Call for participation 작성 이후로 상황이 재밌게 흘러갔다. 컨퍼런스를 꼭 열어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Call for participation을 내보내자마자 발표자 신청과 자원봉사자 신청이 들어왔다. 응? 오늘 공지했는데, 오늘 발표자 신청이 들어왔다고? 작년 liftIO에 참여하셨던 분이 올해 행사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었다. 신청을 하시면서 작년 컨퍼런스 후기를 공유해주셨는데, 토요일에 온라인으로 장시간 진행된 행사를 이렇게 집중해서 들어주신 분이 있다는 점에 깜짝 놀랐다. 결국 발표자뿐만 아니라 토크 패널, 행사 스탭까지 모두 자원해주신 분들로 마감되었다.
또 발표연사와 토크 패널이 속한 모든 회사에서 기꺼이 후원에 나서 주셨다. 한국축산데이터, 플레이놈, 그린랩스, 카카오페이에서 빠르게 후원 결정을 내려주셔서 컨퍼런스에 필요한 물품과 기념품들을 모두 준비할 수 있었다. 되는 방법을 찾으면 되는구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컨퍼런스에 오시는 분들에게 사전 설문조사를 했는데 결과도 재밌었다. 현재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업무에서 활용하지 않지만 앞으로 1년 내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대답하신 분들이 31%나 되어서 참가자분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유용한 컨퍼런스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많은 세션이 있어서 쉬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짬짬이 많은 분들이 인사를 나누고 교류를 하셨다. 하스켈 학교 분들도 처음으로 얼굴을 뵈었고, 작년 발표 연사로 참여해주셨던 분들도 만나고, 클로저로 개발하는 친구 얼굴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발표 세션 말고도 토크 세션을 만들어 다양한 곳에서 함수형 프로그래밍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도 했다. 심플한 코드를 짜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고 이야기해주셨던 내용이 계속 기억이 난다. 더 좋은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엔지니어들의 열정에 감동받는 순간이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연사가 새로운 지식 공유를 해주실지 기대가 된다. 현업에 있는 엔지니어들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응원해 본다. 그리고 우리 서비스도 성장해서 내년에 더 재밌는 이야기들 공유할 수 있었으면!
발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0. 오프닝 : 두 다리 뻗고 자는 탄탄한 (함수형) 코딩 by 컨스택츠 김대현
1. 세션1 : Scala, Cats Effect로 사서 고생한 함수형 프로그래밍 기행 by 카카오페이 이완근
2. 세션2 : 개발자 부족의 시대, Elixir가 특효약이 될 수 있는 이유 by 한국축산데이터 이재철
3. 세션3: (내가 감동 먹은) Haskell에서 Postgresql을 사용하는 우아한 방법 by 컨스택츠 조현석
4. 세션4 : 스칼라에서 속성 기반 테스트로 블록체인 개발하기 by 플레이놈 김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