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성전자 인사팀이 이름을 피플팀으로 변경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름을 바꾸는 것이 무슨 큰 변화일까 싶다가도, 삼성전자가(!) 그것도 다른 부서도 아니고 가장 보수적인 부서인 인사팀이 이름을 변경한다는 사실이 대단한 변화로 느껴지기도 했다.
오래전 카카오로 입사할 때 내가 입사할 팀이름이 '피플&컬쳐팀'이었다. 줄여서 피앤씨팀이라고 하자,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했던 주변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만 해도 인사팀의 이름은 대체로 '인사팀'이거나 'HR팀'이었다. HR은 휴먼 리소스의 줄임말이다. 사람을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자원으로 보는 관점이 두드러지는 이름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람을 다양한 리소스 중에 하나로 취급하는 대목에서 미묘하게 인간소외가 느껴진다. 그래서 HR팀보다는 인사팀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피앤씨팀이라니 좀 더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많은 스타트업에서 피앤씨팀이라는 명칭을 쓴다. 좋은 이름이라 널리 퍼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사팀은 왜 피플앤컬쳐팀이 되었을까. IT 업계는 다른 업종보다 인력난이 빨리 왔다. 절대적인 인력의 부족도 있었지만 기존의 조직에 사람들을 조금씩 수혈하는 패러다임이 아니라 회사를, 팀 전체를 새로 꾸리는 수준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사람이 곧 문화라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개인들이 회사를 다니면서도 자기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개인이 회사로부터 독립을 하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기저기서 먼저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해오기도 한다. 경력직을 수시로 영입하는 회사들은 다양한 회사를 제치고 왜 우리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이런 인재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다른지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맥락에서 인터널 브랜딩이라거나, 채용 브랜딩 같은 말들이 생겨났다.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브랜딩이 아무리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해도, 결국 원천은 철학이다. 없는 것을 부풀린 브랜딩은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성공할 수도 없다. 그런 면에서 인사팀 이름을 피플팀으로 바꾼다는 것도 회사 구성원과 미래의 구성원을 향한 브랜딩의 일환이자, 철학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제조업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조금이라도 수용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느껴진다.
처음에 피앤씨팀은 인사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팀이었다. 문화가 사내 행사나 교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와 보상, 직책 승진 같은 모든 곳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사용했다.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회사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가 이런 것들은 연봉이나 보너스 금액이 절대 보안인 조직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무섭게 알아차려진다. 때문에 회사 문화는 피앤씨팀의 주요 정책과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 삼성전자는 고도화된 인사 정책을 갖고 있기로 유명한 회사다. 앞으로 피플팀이 수행해갈 변화들은 어떤 것일까, 피플팀이라는 이름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