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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e Mar 26. 2023

코치가 된다는 것

인사담당자에서 코치되기의 난이도는?

회사에서 인사정책을 만들 때 대다수의 구성원을 스스로 일하는 주도적인 존재로 보는가 아니면 관리와 통제가 필요한 수동적 존재로 보는가, 하는 관점에 따라 큰 틀에서 제도가 달라진다. IT업계의 경우 현대에 새로 생긴 업종이라 커리어 개발의 뚜렷한 경로도 없고, 근속연수도 짧아 전통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성원들이 주도적인 속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코칭을 해보면 무척 준비된 고객이라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대체로 코칭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코칭을 신청하라고 하면 코치가 어떤 조언을 줄 거라고 기대하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코칭 대화를 나눠보면 현재 본인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설명한다. 또 과거의 성공 경험과 주변의 자원을 잘 찾아낸다. 앞으로 어떤 것을 해보고 싶은지 물어보면 새롭게 해 볼 만한 것들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이런 분에게 왜 그동안 코칭 안 했을까, 후회가 될 정도로 준비된 고객들이다. 코칭을 하면서 나는 회사를 더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구성원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코칭은 고객이 익숙한 자신의 생각 패턴을 깨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구조적 대화다. 코칭에서는 코치가 상대방을 판단하거나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코칭 업계에 가보면 인사담당자 출신인 사람이 상당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유사 업종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 인사담당자와 코치 사이의 괴리는 꽤 크다. 인사담당자는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판단하거나, 조직 이슈 해결을 위해서 답을 내놓아야 하는 일들을 한다. 그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아야 코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인사담당자가 코칭의 길로 들어서기는 쉬워도 좋은 코칭을 하기는 무척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때는 나도 인정받기에 급해서 나의 미약한 잘남을 드러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때 주로 꼰대질을 했다. 다른 사람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 코칭을 배우면서는 말로 하기 쉬운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려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예습, 복습 매일할 수 있었다면 나도 전교일등 했겠지. 계획한 만큼 운동했다면 이미 몸짱이 되었을 것이다. 계획한 것들을 진짜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것부터가 시작인데 그렇게 마음먹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마인드는 남이 만들어 줄 수가 없다. 겉모습은 꾸며도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꾸며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서는 과정을 돕기 위해서 많은 코치들이 대화 구조를 연구한다. 연구는 많은 전문가들이 해두었고, 나는 그걸 배우고 실습해 보는 과정을 반복 중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삶들을 마주한다. 주저 없이 저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살았거든요,라고 말하는 고객. 진한 후회와 함께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는 이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해보겠다고 했던 고객. 습관을 바꾸려고 보고서만큼 꼼꼼한 문서를 만들어왔던 고객까지. 그 삶들을 마주하면서 제일 많이 성장하는 것은 나다. 내가 판단하는 마음, 아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버렸을 때 얼마나 대단한 것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다. 


인사담당자가 코칭을 접하게 되면 회사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업무상 관리통제 역할도 당연히 할 수밖에 없지만, 그 과정에서도 구성원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사내에서 일어나는 조직의 문제는 조직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행동에 따라서 아주 어려워지기도 쉬워지기도 한다. 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인사담당자가 아니라 조직에 있는 당사자다. 그런 관점에서 당사자와 코칭 구조로 대화를 한다면 더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리더십 이론에 팀원들의 성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해 줘야 한다는 상황적 리더십 이론이 있다. 이런 가설이 인사라고 다를까 싶다. 내부 구성원들의 주도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주도성이 높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인사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면에서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코칭 경험을 가져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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