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39회 경영지도사 시험
지난 1월 14일 학원 수업과 함께 시작한 경영지도사 시험이 드디어 끝났다.
< 2024년도 제39회 경영지도사 시험 >
일자 : 2024년 7월 6일(토)
장소 : 용산 철도고등학교 (노원구에도 시험장이 한 곳 더 있었다)
< 시험 준비 과정>
1. 내일배움카드 발급 & 학원 등록(인적자원관리)
2. 학원 수업 수강 : 1월 14일 ~ 3월 24일 (주 1회 일요일 오전 9시 30분 ~ 7시)
3. 스터디 참여 : 주 1회 예상문제 내고 풀어보는 모임 (3월 말 ~ 6월 초)
4. 1차 양성과정 시험 : 5월 18일 (결과발표 5월 24일)
5. 2차 시험 응시 (7월 6일)
1. 국가시험응시는 처음이라
용산 철도고는 국가시험을 많이 치는 시험장소인 듯했다. 내가 시험 보는 날만 해도 두 개의 서로 다른 자격시험이 치러지고 있어서 이쪽 건물이 아니라는 안내를 받고 반대쪽 건물을 향했다. 시험 감독관으로 들어오신 선생님은 종 치고 나서 답안 작성을 하면 안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최근 다른 시험에서도 종 치고 나서 답안을 쓰던 응시자가 결국 답안 제출을 못해서 중도 탈락하게 되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런데도 이번 39회 경영지도사 시험에서도 1교시에 답안 제출을 하지 못한 응시자가 나왔다고 한다. 시간을 넘겨서까지 적고 있었다면 분명 상당히 준비한 응시자였을텐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시험이 시작되고 글씨를 쓰려니 손이 떨렸다. 답안지에는 채점자에게 은근한 시그널이 될 수 있는 어떤 표시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름 적는 칸 외에는 절대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적으면 안 되고, 답안 작성 시에도 함부로 기호나 밑줄 같은 것을 표시하면 안 된다고 했다. 평소 스터디하면서 답안을 작성할 때 문제를 Q1. 이런 식으로 알파벳 Q를 붙여 작성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막상 답안지를 받아드니 들여쓰기 열의 가장 상단에 '번호'라고 적힌 글씨가 있었다. 그것 때문에 여기에는 숫자만 적어야 하나 뭔가 고민되기 시작하면서 Q라는 것도 이상한 기호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으니 '문1'이라고 쓰기로 생각을 고쳐 먹었다. 이런 사소한 것을 결정하는데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있었다.
2. 시간이 부족했다
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때 30점짜리 답안 구성에 대한 팁을 많이 들었다. 예를 들어 '유연근무시간제'에 대해 물으면 '법정근무시간'에 대한 내용을 먼저 써주고, 그 뒤에 유연근무시간제에 대해서 설명해주면 좋다, 이런 팁이다. 1교시 인적자원관리 과목을 받아 들었는데 1번 문제가 10점짜리 3개로 분절된 문제였다. 이걸 30점짜리처럼 서술할 것인가 10점짜리 약술 콘셉트로 세 개를 쓸 것인가 고민하다가 그냥 후자로 가기로 했다. 이걸 쓰고 나니 이미 35분 넘게 지났고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지면서 글씨가 마구 날아가기 시작했다. 왜 옛날에 서예할 때 마음을 정갈히 하면서 묵을 한참 갈았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었다. 손가락 말초 신경과 심리상태가 이토록 연결되어 있다니!
목차를 어떻게 구성할지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쓰다보니 번호를 이렇게 매기면 안 됐는데, 후회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길게 후회할 틈도 없었다. 일단 번호 붙이고 적고를 반복하다 적당히 <끝>을 적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했다. 처음에는 나중에 좀 더 적을 수도 있으니 '끝'을 적지 말고 제출 전에 적을까 하다가 차라리 시간이 남으면 그때 수정테이프로 끝을 지우고 더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왜냐면 내가 1교시 종 쳤을 때 마지막 어절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제의 마지막 글자를 썼는지 안 썼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종이 쳐서 냈다.
2, 3교시는 그래도 종치기 1분 전에 마지막 글자를 썼다. 답안지는 총 20페이지가 제공되는데 부족하면 손을 들면 한 권을 더 주신다고 했다. 연습할 때는 적당한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 글자를 가로로 넓게 쓰고 띄어쓰기도 충분히 하는 연습을 했는데, 정작 시험 때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저 쓰는데 급급했다. 평소처럼 글씨도 다소 작아지고 글자 폭도 좁아졌다. 인적자원관리는 총 15페이지, 조직행동론은 12페이지, 노사관계론은 14페이지 정도 작성한 것 같다. 기억조차 흐릿하다..
3. 한 번도 본적 없는 내용이 출제됐다.
경영지도사 학원 중에서는 교대에 있는 아이파가 제일 유명한 학원으로 보인다. 네이버에서도 가장 큰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정보도 많이 공유된다. 교재는 과목당 책 한 권인데 조직행동론의 경우에는 책에 나오지 않는 이론도 많아서 선생님이 프린트로 다양한 이론들을 추가로 정리해서 리뷰해 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홉의 저맥락, 고맥락 문화에 대한 특징을 묻는 한 번도 못 본 이론이 10점짜리로 출제되었다. 홉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1점이라도 건져보고자 이론을 상상해서 한 페이지 정도 적었다. 인적자원관리에서 귀임의 중요성에 대해 묻는 문제도 글로벌 인적자원관리에서 그다지 다뤄지지 않은 내용인 것 같았는데 적당히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이라 우당탕탕 적긴 적었다.
결과 발표는 시월이라 합격 여부는 알 수 없지만 90분 동안 적고 나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었다. 그동안 인사담당자로 일했던 시간에 대해서 돌이켜보고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스타트업에서 인사 관련 업무를 한다면 매우 추천할만한 시험인데, 이유는 다음 편에 후속으로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