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세계

day-35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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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술자리에서 누군가 말했다. 게이 친구가 갖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게이에 대한 일화를 하나씩 꺼냈다. 누군가는 미국에서 분홍색 폴로티를 입고 나갔다가 친구들에게 게이로 오해받았다고 한다. 뒤늦게 알고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미국에 있는 회사를 다닐 때 워크숍을 갈 일이 있었는데 게이가 포함되어 방배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럼 게이는 어떤 성별의 사람이랑 방을 쓸까요? 그가 물었다. 정답은 여자이거나 게이 남자였다. 게이 남자는 게이가 아닌 남자와 같은 방을 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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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명은 자기 주변에 성소수자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레즈비언이나 게이보다는 남자도 여자도 자유롭게 사귀는 사람이 주변에 더 많다고 했다. 나도 같은 경우다. 게이인 지인은 한 명뿐이지만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연애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 여럿이다. 그는 친구들 중에 성 소수자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을 때는 이 사람의 연애 성향을 파악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함부로 말했다가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타인의 성적 취향이 파악되기 전에는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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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누군가 물었다. 우리 회사에도 성적 소수자가 있을까요? 나는 단언했다. 3천 명이 있는 회사니까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안 돼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신 한 분은 덧붙여 이야기했다. 미국에는 동성 부부가 아이를 입양을 할 경우 쓸 수 있는 휴가도 있어요. 성소수자가 많아지면 인사 업무도 훨씬 복잡해집니다. 그러면서 가장 복잡했더 경우도 이야기해 주었다. 회사에서 레즈비언 커플이 결혼을 하는데 그 둘이 모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던 성별과 사랑의 세계가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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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화제는 영화 '데니쉬 걸'로 건너뛰었다. 거기에는 최초의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연속된 수술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도 성전환을 선택했다. 두 번째 수술은 죽을 확률이 크다는 말을 듣고도 수술을 강행한다. 그녀가 수술을 진행한 것이 1930년이었다. 그때까지도 자신의 성을 신체적 성별과 다르게 주장하는 것은 정신병이었다. 치료되야할 병에서 존중할 수 있는 정체성으로 바뀐 것이 채 백 년도 되지 않았다. 지금 백 살인 노인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분명 괴이한 병이라고 여길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문득 우리 세대는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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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도 20년 뒤에는 미국처럼 회사에서도 성소수자를 위한 제도들을 만들어야 하겠죠?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나는 50대에 지금과는 많이 달라진 사회를 접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가정일지도 모른다. 내가 낳은 자식이 나는 오늘까지는 엄마 아들이지만 내일부터 딸이 되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 다가 올 미래의 예측 불가능함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살면서 얼마나 더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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