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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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끝나고 처음 출근하는 날 달력 이미지가 단톡방을 돌았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는 회사원들이 새 희망을 찾아낸 것이다. 바로 다음에 돌아올 황금연휴다. 무려 2025년 10월 달력이었다. 8년이나 뒤에 올 연휴다. 사람들은 8년 뒤의 시간을 내다보며 한 마디씩 했다. 제 나이 앞자리가 바뀔 텐데요. 저때까지 회사를 꼭 다녀야겠어요. 그런데 그때까지 이 회사에 다니고 있을까요? 저는 그땐 회사를 안 다니고 싶어요. 서로 다른 한 마디들이 카톡방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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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말로 그때 뭐 하고 있을까. 뭘 하든 방향이 있으면 그렇게 흐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써보고 싶어 진 2025년 10월 3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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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를 앞둔 사람들은 신나 보인다. 부쩍 카톡방이 자주 울린다. 한국을 떠난 나는 더 이상 개천절이라고 해서 쉬지 않지만, 연휴를 시작하는 안부들이 나까지 설레게 만든다. 비록 여기는 공휴일이 아니지만 이런 긴 연휴는 나에게도 의미가 있다. 바쁜 친구들에게도 나를 보러 올 짬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에는 두 명의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올 예정이다. 집을 치울 생각에 마음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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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무척 좋아하는 김시인에게는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식당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그리고 맛있는 와인을 사서 냉장고에 쟁여 놓았다. 이번에 김시인이 온다면 함께 책을 써보자고 하고 싶다. 김시인은 내가 20대 초반 호주에 있을 때 편지를 보내왔다. 내 인생에서 받아본 편지 중 가장 커다란 편지지에 쓰인 편지였다. 그때 이후로는 편지를 쓸 일이 없었는데 내가 이민을 오면서 우리는 다시 엽서를 교환하곤 했다. 그 이야기를 엮은 책을 써보고 싶다. 대기업 카피라이터와 유럽의 작은 가게 주인의 교신. 어떤 감정은 꼭 끼워지기도 하고 어떤 감정들은 맞는 자리를 찾지 못해서 잊혀지기도 했다. 그런 자투리들을 잘 기워 놓으면 예쁜 조각보처럼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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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놀러 올 두 번째 손님은 친구 커플이다. 짧은 일정이라 분주하게 다닐 것 같아서 아침식사를 야무지게 챙겨주고 싶다. 내일쯤엔 남편과 장을 보러 나가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둘을 우리 집으로 초대하다니 감회가 새롭다. 침대에는 이미 예쁜 이불과 커플 베개가 준비되어 있다. 베개 커버는 특별히 둘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다. 갈 때 벗겨서 선물로 싸줄 예정이다. 매일 내 생각하다가 나중에 이 둘도 여기 와서 살았으면 좋겠다. 해외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는 커플이라 이렇게 조용히 배게 커버로 부추겨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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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는 아니지만 주말을 앞둔 나도 마음이 여유롭다. 주말은 가족 모두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다. 가게 문을 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아마 집 치우고 장보고 하면 금방 갈 하루지만. 오늘은 남편에게 선물할 미니언즈 지갑을 완성하고 싶다. 얼굴만 수놓아진 미니언즈가 방글방글 웃고 있다. 빨리 청바지 입은 하체를 완성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미안함이 든다. 얼른 끝내고 가게 문 닫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