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52 *제목은 2013년 기준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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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쯤 고독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부산의 특정 동네에서 고독사가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인터뷰를 나가자 빌라 앞의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이 집에서 많이 죽었어요. 여러 명 죽어서 나가고 했어요. 그 마을에는 젊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했다. 죽은 사람 중에서는 50대도 있었다. 건물 앞에서 86세의 할아버지는 말했다. 그 사람은 젊어서 우리랑 섞이지를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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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사람끼리도 섞이지 않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은 더욱더 섞이지 않는다는 부산의 그 빌라촌. 여기서 죽어나간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하는 그 사람에게도 이미 고독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느낌이었다. 거기에서 고독사로 사망했다는 50대의 여자는 올해 8월에는 매일매일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고 한다.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려졌지만 모자이크 밖으로 울끈불끈 한 근육질의 몸이 나오는 남자는 너무 젊은 분이 그렇게 되셔서 참 할 말이 없고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다.
3
서울에서는 하루에 6명이 고독사를 맞는다고 한다. 2013년의 통계 기준이다. 서울의 고독사는 더 황망하다. 스물일곱의 청년이 사망한 지 두 달만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다큐를 만든 제작자는 건물에서 내려오는 20대 두 명에게 물어본다. 어제 여기서 사망한 지 두 달 된 청년이 발견되었는데 혹시 그 사실을 아시나요? 앞서 내려오는 여자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라서 대답한다.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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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로 죽는 사람의 특징은 방안을 가득 채운 쓰레기라고 한다. 늙은 사람의 고독사나 청년의 고독사나 상황은 매 한 가지다. 청년의 방에도 배달 음식 쓰레기가 발 디딜 틈 없이 메워져 있었다. 심지어 문 앞에는 그 쓰레기들이 애드벌룬처럼 커다란 공 사이즈로 비닐봉지에 담겨 쌓여있었다. 입구부터 가득 메운 쓰레기가 출입문부터 침대 발 밑까지 빼곡히 쌓인다. 그리고 그 침대에서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람. 그 사람이 사회로부터 얼마나 단절되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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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이 휴지를 들고 혼자 사는 할아버지를 방문했다. 찾아와주고 도와주려고 애써줘서 고맙다고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린다. 할아버지 방에는 본인의 영정사진이 걸려있다. 깨끗한 죽음을 맞으려고 미리 준비해 둔 것이라 한다. 영정사진이 걸린 곳은 시계 옆이었다. 할아버지는 시간을 볼 때마다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울려왔다. 언제라도 죽을 것 같아 무섭다고 할아버지는 말했다. 할아버지에게 죽음은 매우 가까운 것일 테다. 나이 든 사람이라고 해서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닐 텐데, 그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두려움의 시간마다 매 순간 혼자여야 한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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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이 쓴 책에 보면 죽는 순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라고 한다. 나의 손을 잡아줄 따듯한 손. 그것 한 가지를 간절히 바란다고 한다. 사람이 정말로 두렵고 쓸쓸한 순간, 그 순간 필요한 것은 사람의 온기이다. 그게 그렇게도 어렵구나,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50대에 고독사를 맞은 부산의 아주머니에게는 자녀가 있었다. 둘 다 학생이라고 했다. 그들도 매정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해야만 하는 일, 또 지금 버티면 이후에 올 더 나아진 미래, 혹은 그럴 기약이라도 걸어볼 수 있는 현실을 붙잡고 시각을 다투며 살았을 것이다. 고독사는 특정 한두 사람의 탓은 아니다. 누군가의 탓을 하기보다는 그냥, 그런 아쉬운 순간들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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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문득 나도 우리 옆집에 누가 사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을 상기했다. 의도적으로 이웃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가족과 상태 공유라도 손쉽게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남편에게 그런 서비스 만들어주면 안 되냐고 칭얼댔다. 밤 10시 영화를 예매해 두었는데, 영화도 보기 전에 펑펑 울어서 진이 다 빠졌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