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이 말은 페미니스트들이 불평등한 젠더적 문제를 사회적 어젠다로 끌어 올 때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말로,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불평등적인 개인적인 경험은 사회 내 구조적 맥락에 의해 발생된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 유명한 페미니스트의 의제를 이렇게 적용하고 싶다.
'개인적인 것은 정책적인 것이다'
그렇다, 우리 삶은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에 수긍을 할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혹은 왜 정책이 우리 삶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할지 모른다.
실제로 나는 이러한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도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내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요?"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질 때 주로 사람들은 그 정책이 만들어지면 당장 나에게 어떠한 혜택이 돌아올 수 있는지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당연하다.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든 정책인데 당연히 나도 혜택을 보게 된다면 더 좋은 것이다. 하지만 정책이 갖고 있는 가치 (본연의 목적)에 대해 질문을 하는 학생과 사람들은 거의 만나 보질 못했다.
2년 전에 유럽의 사회보험정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나온 프랑스의 한 시민의 인터뷰가 잊히지가 않는다. 그는 본인들이 갖고 있는 약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사회보험정책을 아주 자랑스럽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부는 믿지 못해도 정책(제도)은 믿는다는 말을 농담 삼아 말하는 것을 보았다. 정부는 몇 년 사이로 바뀌지만 정책은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란다. 솔직히 나는 이 인터뷰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랐는데, 우선은 그가 보여주는 정책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그가 우스개소리 삼아 정부는 바뀌어도 정책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신) 제도주의 학자들이 설명하는 제도의 속성을 프랑스 아저씨가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것은 그들에게 정책은 그들의 가치와 역사를 담고 있는 하나의 역사적 유산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정책 안에 담겨 있는 가치를 옹호하고 그 것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정책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역사적 사명감을 느끼는 이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이렇게 정책을 지지하고 후세대까지 물려줘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들은 정책이 얼마나 우리 삶에 중요한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정책 안에 담겨있는 정책의 가치 그리고 목적을 이해하고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책이 갖고 있는 목적과 지향하는 가치를 안다는 것이 왜 중요할까?
정책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는다. 물론 외국의 정책을 유사하게 참고 삼아 만들기도 하지만 이 역시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서 정책을 설계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정책은 만들어질 때 그 정책이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혹은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자, 국민연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국민연금에 대한 이야기도 차차 하겠지만). 국민연금의 가치와 목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지금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렇다. 노후의 빈곤 예방이다. 첫 번째 목표가 바로 노후의 빈곤 예방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해결하기 위한 사회문제는 무엇이겠는가?
맞다. 바로 노후 빈곤이다. 즉, 노후 빈곤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는 더 이상 개인의 힘으로 대처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연금이다.
자,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을 하겠다.
그렇다면 연금(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노후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
그것은 바로 연대(solidarity)이다.
계층 간, 지역간 혹은 세대간 연대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노후 빈곤을 완화시키는 것이 바로 연금정책이 지향하는 가치이다.
자, 다시 정리해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문제(빈곤, 불평등, 실업, 저출산 등등)들이 나타난다. 그러면 이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정책이라는 것을 만든다. 즉, 해당 문제를 잘 대처하는 것이 정책의 목적 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 바로 정책이 갖고 있는 가치가 되는 것이다.
위의 질문 " 정책이 갖고 있는 목적과 지향하는 가치를 안다는 것이 왜 중요할까?"로 다시 돌아가 보자.
왜 정책의 목적과 가치를 아는 것이 혹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까?
바로 정책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책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는 것은 그 정책의 개선 혹은 지지에 대한 판단이 생긴다는 말이 된다.
연금의 목적이 바로 노후 빈곤의 예방이고 이를 사회적 연대라는 가치로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럼 우린 이젠 연금의 목적과 가치는 알았다(물론 이것은 아주 단편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현재 연금제도를 한번 바라보자. 이 제도가 연금 본연의 가치와 목적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
나는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사회정책들이 태어난 배경과 그리고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리가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 중요한 역사적 유산, 정책.
우리의 삶과 긴밀하고 우리의 삶이 반영된 정책이야기.
이제 시작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