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소 되다

노동의 탈상품화 뒷 이야기 : 아빠로 산다는 것

by 윤승희

딸 아이 우는 소리에 깜짝 놀라 아이 방에 들어가니 아이가 책상에 앉아 울고 있었다.

" 도연아, 왜 그래?"

놀라서 물어봐도 아이는 대답도 못할 정도로 흐느끼며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 우는지 이유를 몰라 당황하던 내 눈에 책 한권이 눈에 띄었다.

딸 아이가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방금 전까지 읽던 책이었다.

<아빠, 소 되다>


" 도연아, 혹시 너 이 책 읽고 우는 거야?"

여전히 훌쩍 거리는 딸 아이는 고개만 간신히 끄덕인다.

울던 딸 아이를 달래서 재우고 난 뒤, 책을 짚어 들었다.

'데체 어떤 내용이길래 저렇게 울기까지 한담....'


heidi211_0121502967.jpg 핼리 혜성 지음/사사메야 유키 그림/김버들 옮김/ 한림출판사


오늘 할 이야기는 정책 이야기는 아니다.

바로 이전화에서 했던 '노동의 탈상품화' 이야기의 동화 버전이라 해두면 좋을거 같다.


노동이 더 이상 삶의 즐거움과 과정이 되지 못하고, 고됨의 연속이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굴레가 되는 순간, 노동자자의 존재는 노동에서 혹의 자신의 삶에서 소외 될 것이라 경고했던 마르크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동화책 이야기를 오늘은 해볼까 한다.



월요일 아침, 아빠가 소가 되었다.


도데체 무슨 이유로 아빠가 소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월요일 아침 눈을 떠 보니 아빠는 소가 되어 있었다.

아빠하고는 말도 안하고 지내던 중학생 딸 메구미, 아빠의 말에 항상 건성으로 대답하던 엄마, 한심해 보이던 아빠를 상대하지 않기로 생각했던 초등학생 아들 유이치, 이들 앞에 소가 된 아빠의 존재는 가족들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가족들은 소가 된 아빠의 모습에 슬퍼하기 보다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소가 된 아빠와 아슬아슬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소가 된 아빠의 분뇨 치우기, 방 신문지 깔기(아빠 소가 아무데나 똥을 싸기 때문에), 먹이 주기..... 뿐 만 아니라 이웃들에게 소를 키운다(?), 아니 소와 산다는 것을 감추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아빠 회사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걸려오는 전화를 피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소가 된 아빠를 대신해 엄마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으며, 그런 엄마를 대신해 남매는 집안 일을 거들어야만 했다. '사람' 아빠 였을 때도 가족들에게 소외를 당했던 아빠가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똥만 싸고 먹이만 먹는 '소'가 되다니....가족들은 변해진 상황에 힘들어 했고, 특히 딸은 이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아빠를 도살장으로 보내버렸으면 좋겠다는 엄청난 소리마져 쏟아 내고 만다.


항상 야근과 회식으로 늦게 귀가하던 아빠를 보며, 가족들은 그래도 아빠가 회사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는 유능한 회사원일 거라 내심 생각을 했는데, 휴직 신청을 위해 만난 동료에게 나온 말은 '요시오'가 없어도 업무에 별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데체 이 사람은 왜 회사에 다닌걸까' 아들과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는 혼란스럽다.


그러던 어느날 시골에서 올라오신 할머니가 아빠 '소'를 만나게 되고, '소'가 아빠 임을 단번에 알아차린 할머니는 '소든 뭐든, 요시오는 요시오지'라며 '소'가된 아들 앞에서 의연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들과 가족들을 감싸안는 깊은 사랑을 보여준다. 할머니의 설득 끝에 아빠 소는 시골 할머니댁으로 내려간다. 도시에서, 마당도 없는 공동주택에서 소와 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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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의 눈을 피해 새벽에 트럭 짐칸에 올라서는 아빠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의 모습... 시간이 지나고 다행스럽게도 할머니 댁에서 소가 된 아빠는 잘 적응을 하고 있는 듯 했고, 가족들은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면 꼭 다시 사람으로 돌아 올 수 있을거라 희망을 가져본다.




여하튼 동화는 내 기대와 달리 '소'로 여전히 살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 뭐야...무슨 동화 결말이 이래..... 가족은 아빠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니, 아빠가 짠 하고 사람으로 돌아와야 하는거 아냐? 아들과 캐채볼도 하고, 사춘기 딸고 다정하게 산책도 하고....이렇게 끝나니 애가 울지'

이야기의 시작부터 난데 없이 아빠가 소가 되었다고 시작해서 결말까지 이렇게 끝나다니.

참...마음이 불편한 동화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그런데 아빠는 왜 소가 되었을까?

왜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놓아버리고 '소'가 되어 버린것인가?


여전히 회식과 야근을 반복하며 사람들에게 치진 아빠 회사 동료의 '소가 되고 싶다'는 넋두리에서....

남편을 대신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하는 엄마가 소가 된 남편을 향해 " 당신도 이렇게 힘들었어?" 말에서...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항상 아빠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아빠가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 아들의 말에서...

아빠의 책상 위에 있던 온갖 창업 책과 시집(전혀 아빠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던)을 정리하며 우리가 알던 아빠의 모습이 과연 아빠의 모습이었을까 자문하던 가족들의 모습에서....


짐작해본다.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 아빠는, 사람으로서는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게 아닐까?


딸이 우려하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아빠가 '소'로 변할 일은 없겠지만, 아빠로서 혹은 노동자로서 살면서 '나'를 포기하지 않고 살기란 어쩌면 '소'로 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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