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닮은 갓 꽃

개나리가 지면 갓 꽃이 피고

by 최사랑

사월초에 만개하는 벚꽃은 어이없게도 며칠 만에 다 져버렸다.


마음먹은 거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에 좀 오래 걸리는 편인 나는

이제 슬슬 구경 가볼까라고 마음을 일으켰는데 한 발 늦었다.


보통 벚꽃이 피면 사월 중순까지는 피니깐 괜찮을 거야라고 했던

나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요즘은

우리 마을에 피는 꽃들만 해도 뭐 풍년이니 마을 한 바퀴 돌면서

꽃 감상을 하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활짝 피기 시작한 철쭉과 사과꽃,

벌써 지기 시작하는 향기가 좋은 라일락과 수선화,



KakaoTalk_20230413_115840832_07.jpg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화사한 빛의 철쭉



그리고 땅에 딱 붙어서 피는 노란 민들레, 그리고

오늘 풀숲에서 찾아낸 하얀 민들레도 환하게 피어 있었다.


동백옆에는 마치 질투의 화신인가 싶은 붉은 철쭉.



하민-1.jpg 약으로 쓰인다는 하얀 민들레 꽃 그 옆의 앙증맞은 보라꽃도 이쁘다




마을 전체가 꽃밭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벚꽃이 빨리 지는 것처럼

예년보다 더 빨리 피기 시작하는 봄 꽃들이다.



붉은철-1.jpg 지고 있는 동백꽃이 무색하게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붉은 철쭉(오)




그리고 또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갓 꽃의 그 화사함이란 봄의 상징인 황금 개나리 못지않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선명하고도 화사함의 극치를 폭발시키고 있는

개나리에 완전 푹 빠져 있었다. 개나리가 지면서 갓 꽃이 그 뒤를 이어 피어나기

시작하였는데 군락을 지어 피어있는 갓 꽃의 매력도 매우 경쟁력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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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하기만 하다. 개나리가 지면 갓 꽃이 피고, 라일락과 동백이 지면

다시 철쭉과 사과꽃이 피어나니. 꽃들은 이렇게 피고 지는 계절이 겹치지 않고

오묘하게도 인간들의 심성을 아름답게 가꾸어주고 설레게 한다.




이렇게 먹거리도 제공하고 거기다 볼거리까지 제공하는 갓은

한 집안 살림을 반짝 윤기 나게 가꾸어주시는

우리네 엄마들 닮은 알뜰한 채소이다.


화려함으로 인간들의 시선을 뺏고는 곧 시들어버리고 마는

대개의 꽃들이 귀족이라면


겨우내 먹거리를 제공하고 봄에는 꽃으로 또 눈을 즐겁게 해주는

갓은 넉넉한 인심을 갖고 있는 서민을 대표하는 꽃 같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돌아오면

다시 그 예의 싸한 감칠맛을 지닌 갓김치가 되어

또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 주겠지.


그렇게 누군가에게 행복을 안겨다 주고

어디에 있어도 감칠맛 내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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