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경이롭다.
그 무엇도 우연히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명할 수 없을 뿐
증거는 넘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다만
그대들의 모든 죽음이 삶 끝에서
미소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도마뱀 한 마리가 멘쉬(Mensch)의 발 앞을 잽싸게 가로지르더니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언덕 밑에 도착하여 벌레만큼 작아진 도마뱀은 이내 모래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정해진 길을 갔다가 다시 돌아올 거야. 그게 오래 전부터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지. 사막에서는 모험을 해서는 안 되는 거란다. 사람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지.”
첫 여정을 떠나는 멘쉬의 질문에 되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길게 늘어선 줄의 가운데에 끼인 채 앞 낙타의 엉덩이만 바라보고 걸으라는 지시를 받은 멘쉬는 도마뱀이 들어간 모래 속 세상을 상상하느라 먼발치에서 행렬을 따라오기 시작하는 새 한 마리를 알아채지 못했다.
“10분간 휴식이다!”
하얀 두건을 둘러 쓴 사람들의 대장이 수신호를 하자 목청 좋은 그의 부하가 소리쳤다. 낙타들은 익숙한 솜씨로 제자리에서 방향을 틀어 앞 무릎을 구부리고 주저 앉았다.
멘쉬의 눈 앞에는 하늘과 맞닿은 곳까지 끝없이 이어진 모래의 바다가 있었다. 그 바다 위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고, 멘쉬는 처음으로 붉은 색깔의 새 한 마리가 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둑한 기운이 감돌자 사람들은 익숙하게 야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텐트를 치는 사람들, 모닥불을 지피는 사람들, 배낭에서 소금에 절여진 고깃덩어리를 꺼내 큼지막하게 썰어 모닥불에 굽기 위해 꼬챙이에 꿰는 사람들, 낙타의 젖을 짜는 사람들, 그리고 낙타들의 목에 줄을 매어 한 마리씩 말뚝에 묶어 두고 먹이를 주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제 몫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그것을 아는 것은 우리의 영역 밖이야. 우리는 사람들을 따라 그들이 가는 곳으로 가기만 하면 될 운명이니까.”
멘쉬의 오른쪽 바로 옆에서 식사를 마친 오이디후스(Oedihus) 아저씨가 대꾸를 해주었다.
“우린 사람들의 짐을 날라 주어야 하지. 사막에서 그 일을 할 동물은 우리 낙타밖에 없거든. 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너도 좀 알길 바래. 넌 언제나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구나.”
힘 세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히즈큘리스(Hiscules) 아저씨가 그 옆에서 한 소리 거들고 나섰다.
“세상은 다 이렇게 사막처럼 생긴 건가요?”
“그 질문에 대답할 낙타는 여기에 없는 것 같구나. 다들 평생 이 길만 다녔으니 말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가르침이었단다. 다만 사막의 모래만큼 물이 가득한, 바다라는 곳을 본 낙타가 있었다고 한다. 그 낙타로 인해 사막을 모래 바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지. 그것이 네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기를 바란다.”
멘쉬의 11시 방향에 엎드려 있던 늘 까칠한 비트겐(Wittgen) 아줌마가 오늘은 상냥하게 답해 주었다.
‘보고 싶다, 바다를. 그리고 말해 주고 싶다, 바다에 대해. 더 많이 갖고 싶다, 말할 수 있는 것들을……’
멘쉬는 비트겐 아줌마의 말에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낙타들을 보면서 못 견디게 행렬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모닥불을 지키는 둘을 제외하고 사람들이 저마다의 텐트 안에 모두 들어가 버리자 낙타들도 하나 둘씩 잠에 빠져 들었다.
하지만 멘쉬는 잠이 오지 않았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이 자꾸만 머리 위로 쏟아지는 듯하여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 걸까?’
멘쉬의 머리 위에서 유성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음날도 사막의 모래 위로 뜨거운 햇빛이 쏟아졌다. 사람들에게는 혹독한 환경이었지만 단잠 후에 충분한 먹이와 물을 섭취한 낙타들에게 사막의 열기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은 어제와 달리 좀 특이한 데가 있었다. 두 시간에 한 번 정도 스쳐가곤 했던 모래바람이 찾아오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콧구멍을 막고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멘쉬는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치 앞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모래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요란한 고함과 불안에 떠는 낙타들의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가 이내 폭풍 소리에 묻혀 버렸다. 이제 멘쉬의 주위에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모래와 바람뿐이었다.
멘쉬는 본능적으로 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리고 도마뱀을 흉내 내어 폭풍이 불어온 반대 방향의 언덕 아래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귓전을 때리는 악마의 울음 같은 바람소리를 들으며 바닥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