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항로에 설정된 우주의 좌표, 천간과 지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시속 107,000km의 속도로 정해진 우주 궤도를 달려가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속 780,000km의 속도로 날아가는 태양의 주위를 1년에 한 번씩 돌며 다른 태양계 내 행성들과 조화를 이루며 달리는 것입니다. 지구에 전해지는 힘의 질서에 순응하기에 지구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습니다.
지구는 공전과 자전의 회전 운동을 합니다. 회전은 우주의 기본 운동 방식입니다. 회전하면서 힘을 수용하고 힘을 발산하며 서로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8배의 속력으로 직선 주행하는 태양을 지구가 따라잡으며 공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태양은 매우 큰 회전 궤도를 따라 공전하며 지구는 상대적으로 작은 궤도를 따라 회전 운동하기에 태양을 공전하며 태양과 팀을 이루어 여정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변방에 붙어 2억년에 한 번씩 은하를 공전합니다. 2억년에 한 번씩 현재의 위치에 도달한다는 얘기이지요. 우리는 2억년간의 은하일주 여행에서 겨우 100년의 시간을 함께할 뿐입니다. 우리의 삶은 은하일주 도표에 눈금으로도 표시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논의의 전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하나의 가정을 먼저 하겠습니다. 우주 전체를 포함해 이 세상은 운명의 설계자가 기획한 것이며 우리는 그의 기획에 따라 부여된 운명을 살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생각하면 쉬울 것입니다. 그 설계자를 신이라고 생각하든 미래의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하든 그것은 각자의 자유입니다. 이 가정에 너무 거부감을 갖지 마시길 바랍니다. “영화적 허구를 현실세계에 대입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지지도 마셨으면 합니다. 현존하는 가장 혁신적인 천재 기업가라고 평가 받는 일론 머스크는 테드 컨퍼런스TED Conference에서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현실 세계일 확률이 수십억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말은 우리의 세계가 가상 세계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물론 일론 머스크는 시뮬레이션 우주관을 가진 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일 뿐입니다.
스웨덴의 철학자로 옥스퍼드대학 교수인 닉 보스트롬이 모의실험 가설(Simulation Hypothesis)을 발표하면서 ‘시뮬레이션 세상’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가설은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문명은 언젠가 인공 의식이 포함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구축할 것이며, 수십 억, 수백 억 개의 시뮬레이션이 연구나 오락의 목적으로 실행될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내의 개체들은 자신들이 ‘현실세계’ 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생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후 2016년 아이작 아시모프 기념 토론회(Issac Asimov Memorial Debate)에 모인 과학자들은 이 시뮬레이션 우주론의 가장 핵심적인 근거로 ‘양자 얽힘’을 제시했습니다. 양자 얽힘은 우주에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기본 물리학 법칙을 무너뜨리는 현상입니다. 다시 말해 우주를 이루고 있는 최소 단위가 기존의 원자나 입자 같은 것이 아니라 ‘정보’ 그 자체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추론은 이 우주가 컴퓨터로 구현된 세계라는 증거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에 대한 연구를 하면 할수록 우주가 컴퓨터로 코딩한 듯 정교한 수학 법칙에 기반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잠시 상상해보겠습니다. 현재 인류의 지식 수준으로 추론한 바에 의하면 우주는 11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으로 그 실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명리학에서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열 글자를 하늘, 시간, 기운이라는 개념으로 상정합니다. 이 열 글자를 천간天干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열두 글자를 땅, 공간, 물질의 개념으로 봅니다. 이 열두 글자를 지지地支라고 부릅니다.
이 책에서는 천간과 지지를 지구 항로에 설정된 우주의 좌표라고 인식하겠습니다. 3차원적인 인간의 인식을 뛰어넘는 다차원적 좌표입니다. ‘좌표’의 개념을 명리학에 적용한 것은 이 책이 최초입니다. 예를 들어 2023년은 계묘년인데 이것은 인간의 인식 기준으로 1년 동안 지구가 지나가는 좌표인 것입니다. 즉, 임인년壬寅年은 임壬이라는 천간 좌표와 무병갑戊丙甲이라는 천간 좌표를 품고 있는 인寅이라는 지지 좌표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방식으로 만나 지구와 접촉했던 시간이고, 마찬가지로 계묘년은 계癸라는 천간 좌표와 갑을甲乙이라는 천간 좌표를 품고 있는 묘卯라는 지지 좌표를 만나 지구와 접촉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그 시간은 인간의 시간 관념으로는 365일이 되겠지요. 여기서 지지에 들어있는 천간 좌표를 지장간地藏干이라고 부릅니다. 지지에 암장되어 있는 천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천간과 지지를 좌표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은 의미가 큽니다. 우주에 뒤섞여 있는 열 개의 기운이 지구에 있는 우리에게 날아오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정해진 궤도 위를 운동하는 지구가 이미 설정된 좌표를 지나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천간과 지지가 짝을 지어 만들어지는 좌표의 조합인 간지는 총 60개가 존재합니다. 120개가 아닌 이유는 양간陽干은 양지陽支와 짝을 이루고 음간陰干은 음지陰支와 짝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甲과 子가 짝을 이루어 甲子 乙丑 丙寅 丁卯순으로 순차적으로 나아가 다시 갑자로 돌아오는 데까지 60개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를 60갑자라고 부릅니다. 이를 연 단위로 볼 때 60년만에 태어난 해가 돌아온다고 하여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월일시 역시 매월, 매일, 매 두 시간의 단위로 진행하며 이 60갑자를 반복합니다. 지속과 순환이 우주적 질서임을 말해주는 단서입니다.
지구는 이 연속된 좌표를 따라서 그 동안 약 23번의 은하일주를 했습니다. 은하를 한 바퀴 도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지구의 나이를 대비해보면 그렇습니다. 각 좌표는 저마다의 고유하고 독특한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명리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우리 모두가 지나왔던 좌표들과 앞으로 걸어갈 좌표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즉, 앞으로 지나갈 좌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유는 천간과 지지의 각 글자에 우주 프로그램의 설계자가 고유의 속성을 담았고, 천간과 지지가 조합하여 만드는 간지 좌표 역시 그것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성은 곧 시간과 공간이 빚어내는 에너지의 작용력과 같습니다.
그런데 공통된 좌표의 한 해를 살면서도 우리에게는 저마다 다른 일이 일어납니다. 때로는 전혀 특별한 일 없이 한 해가 훅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각자가 태어날 때 받은 고유의 좌표 정보가 사주팔자라는 일종의 칩(chip)으로 우리 안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마다 받은 좌표 정보가 다르고 그 좌표에 담긴 속성이 다르니 지구가 지나가는 궤도에 설정된 우주의 좌표를 지날 때마다 그 좌표 안의 속성과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칩의 속성이 만나 관계하면서 반응하는 것입니다.
시공간에 설정되어 있는 좌표의 속성은 다른 말로 기운, 에너지입니다. 시공이 바뀌면 우리는 반드시 달라진 시공 에너지의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더위에 강하다고 하는 사람도 비행기에 태워 사막 한가운데 내려놓으면 머지 않아 옷을 모조리 벗어 던져도 숨막히는 열기에 더워 죽겠다고 할 게 뻔합니다. 마찬가지로 남극에 데려다 놓으면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한기에 덜덜 떨기 마련입니다. 잘 조성된 수목원에 들어가면 상쾌함을 느낍니다. 오토바이와 차, 사람, 소음으로 가득한 인도나 베트남의 대도시를 걸으면 신경이 곤두서고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시공의 에너지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당연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