往者不追 來者不拒
왕자불추 내자불거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 - 진심 하(盡心 下)
맹자가 등나라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상궁(上宮. 영빈관) 관리인이 다가와 맹자에게 불만을 표시합니다. 들창 위에 만들다 만 신발을 두었는데 없어졌다고, 맹자의 제자라는 사람들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며 따진 것이었습니다.
"그대는 이들이 신발을 훔치려 왔다는 것이오?"
맹자가 담담히 묻자 관리인이 아차 싶었는지 다음과 같이 변명합니다.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는 과목을 개설하여 가는 사람은 잡지 않고 오는 사람은 막지 않으십니다. 진실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오면 받아들이실 따름입니다."
맹자를 칭찬하는 듯한 관리인의 말에는 교묘한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배우겠다고 오는 사람은 누구든 다 수용하니 그 중에는 물건에 대한 탐심을 제어하지 못하고 신발을 훔쳐 갈 수준의 인간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물론 맹자가 그의 낮은 수를 간파하지 못했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논어 <술이> 편 7장에서 공자는 "스스로 속수지례를 행하는 이상 나는 가르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속수(束脩)란 육포 묶음의 뜻으로 스승을 처음 뵐 때 이런 소박한 예물을 드리는 것을 속수지례라고 합니다.
이는 <위령공> 편 38장의 '유교무류(有敎無類)-가르침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에 담긴 공자의 교육관을 잘 드러냅니다. 교육에 대한 맹자의 입장은 공자의 그것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왕자불추 내자불거'는 교육을 떠나 인간 관계의 지침으로 삼을 만하지요. 인연 따라 사람은 오갑니다. 꽃 피는 봄은 어느새 낙엽 지는 가을이 되는 법이지요. 계절처럼 모든 인연은 왔다 가고, 꽃과 낙엽처럼 이야기와 추억을 남깁니다. 어떤 꽃은 특별히 아름답고 어떤 낙엽은 특별히 쓸쓸해서 인생에 깊이 새겨지지요. 그런 인연들 덕에 우리의 심장은 뛰었고 지금도 온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지 않고 가지 않았다면 갖지 못했을 따뜻함입니다.
스치는 바람처럼 평범한 인연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가벼운 인연들에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저 흘러가게 두고 마음 쓰지 말아야 합니다.
참고로 <<춘추>>에서는 '내자물거 거자막추(來者勿拒 去者莫追) -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라'고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