豈唯形骸有聾盲哉 夫知亦有之
기유형해유농맹재 부지역유지
-어찌 육체에만 귀먹고 눈머는 것이 있겠는가? 무릇 앎에도 그런 것이 있다네. - 소요유(逍遙遊)
견오가 연숙에게 접여로부터 들은 어느 신인의 이야기를 합니다. 막고야라는 산에 살고 있는 그는 눈처럼 하얀 피부에 몸매는 맵씨 있게 잘 빠졌고, 바람과 이슬을 먹고 삽니다. 구름을 타고 용을 몰면서 세상 밖에서 노닐지요.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자신이 얼마나 황당해 했는지 말하는 견오에게 연숙이 답하는 말에 위의 구절이 들어 있습니다. 연숙은 말합니다. 신인은 만물과 어울릴 수 있는 덕을 갖고 있어 그의 껍데기만으로도 요순과 같은 성군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천하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연숙의 말에 따르면 신인이 세상사에 신경 쓰지 않는 까닭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할 능력이 없고, 오직 눈과 귀를 매혹하는 것들을 얻고자 어지럽게 다투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작동하는 부와 권력의 힘만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평생 그것을 좇기에 여념 없는 사람들의 정신은 실상 온전치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진리의 실체를 보는 눈이 멀고 그것의 음성을 듣는 귀도 멀었으니 기껏해야 정신의 입만 살아 있겠지요. 그러니 돈맛과 권력 맛에 취한 채 자신이 정신장애인인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노자와 장자는 현실 세계 너머에 그것의 주재자인 도(道)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도를 현대적으로 풀면 시뮬레이션 세계의 설계자이자 구동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과학적 지식만을 합리적인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견오처럼 황당한 기분이 들겠지요.
운명에 대한 믿음 여부와 상관없이 인간에게 그것의 이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성공과 승승장구를 위해 명리적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은 매우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저명한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럴 일이 아니지요.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오직 자신의 노력과 실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오만한 것입니다. "운이 좋았다", 이것이 잘 풀리는 사람들이 하는 공통된 말입니다. 이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성공에 이르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 대한 겸손한 태도입니다. 그 겸손이 실제로 좋지 않은 운을 만나도 그들의 현명한 후퇴를 가능하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