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by 오종호

<소요유> 편의 혜자와 장자의 대화 외에도 <인간세> 편에는 세상에서 정한 쓸모의 기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상의 기준 따위 엿이나 먹으라는 것입니다.


제나라로 가던 장석은 어느 사당에 있던 엄청난 크기의 상수리 나무를 봅니다. 수천 마리 소떼를 뒤덮을 수 있는 크기에, 산을 내려다볼 정도의 높이를 가진 어마어마한 나무였지요.


사람들과 그의 제자들은 나무 구경에 여념 없었지만 장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의아해하는 제자에게 장석은 말합니다. "재목으로 쓸 수 없는 쓸모 없는 나무다. 쓸모가 없어 사람들이 베어가지 않은 것이다."


집에 돌아온 장석의 꿈에 상수리 나무가 나타납니다. 나무는 자신의 쓸모를 운운한 장석을 나무라며 말합니다. "나는 나 자신이 쓸모없기를 바랐다. 이 쓸모없음이 더 쓸모 있어 나는 살아남아 이토록 크게 자랄 수 있었다. 곧 죽어 없어질 인간 따위가 어찌 쓸모 하나로 만물을 비교하느냐?" 이런 취지였지요.



남백자기도 여행 중 큰 나무를 만납니다. 그늘 넓이로 말수레 천 대를 가릴 정도의 규모였습니다. 나무를 한동안 살핀 그가 말합니다. "역시 쓸모 없는 나무였기에 이토록 크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구나. 옛날의 신인들도 이 나무처럼 재목으로 쓰이지 않았던 것이겠지!"



지리소는 꼽추였는데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 턱은 배꼽 아래 숨어 있고, 어깨는 머리보다 높았으며, 넓적다리는 갈비뼈에 닿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그는 바느질과 세탁, 쌀 고르는 일로 열 식구를 먹이는데 넉넉했습니다.


군사를 징집해도 끌려가지 않았고, 나라의 부역이 있을 때에도 불려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라에서 병이 있는 사람에게 곡식을 나누어 줄 때는 곡식과 땔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유가 장황하긴 해도 장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지요. 세상이 쓸모라고 규정한 기준에 맞춰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럼 남다른 '나'만의 잠재력은 사장되고, '나' 역시 세상을 위한 평범한 재료로 쓰이는 부질없는 삶을 살다가 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보여 준 것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와 함께 살아가는 미래 인류의 모습입니다. 냉정히 따지면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오래 전부터 인간을 기계화했습니다. 기계화된 인간들을 양산해야 표준화된 노동력이 공급될 테니까요. 소수의 천재가 되는 데 실패한 대부분의 인간들은 쓸모를 인정 받으려고 분투했고, 간택되어 먹고 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졌습니다.


미래의 인간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요? 인류는 쓸모가 사라진 인간들을 어떻게 처분하는 시스템을 만들게 될까요?